봄날에, 우리는 헤어졌다
남편은 성욕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고 잠자리를 가질 때도 늘 시간을 철저히 정해 두었다.
그런데 오늘 한창 관계를 맺고 있던 도중 남편의 휴대폰이 울렸다. 특정인의 연락에만 울리도록 설정해 둔 벨 소리였다.
수화기 너머로 정이준의 비서 최다윤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저희 집 수도관이 터졌어요. 저 너무 무서워요...”
정이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난처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정이준을 붙잡았다.
“오늘은 너무 늦었어. 그리고 우리 아직...”
“다윤이는 기댈 곳 하나 없는 애야. 그리고 나는 다윤이 상사야. 모르는 척할 수 없어.”
정이준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덤덤히 손을 빼낸 뒤 셔츠 깃을 정리하며 덧붙였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끝났어. 남은 시간은 다음에 채워 줄게.”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정이준에게 있어 나와 잠자리를 가지는 건 의무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이준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다윤에게서 문자가 왔다.
최다윤은 내 남편의 어깨에 기대있었다.
[언니, 정말 죄송해요.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대표님한테 다음에는 꼭 언니한테 잘해주라고 말씀드릴게요.]
[오늘은 일단 장난감으로라도 해결하세요.]
문자를 읽은 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침대 시트를 갈고, 새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