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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끝난 사랑의 다음 페이지

송유희는 남편 최동찬의 가장 추악한 배신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친형의 아내를 임신시켜 놓고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넌 어차피 아이를 가질 수 없잖아. 그렇다고 우리 집안의 대를 끊을 순 없어.” 기가 막혀서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릎까지 꿇어 가며 아홉 번이나 청혼했던 사람도, 아이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며 차라리 자신이 수술을 받겠다고 맹세했던 사람도... 모두 최동찬이었다. 그가 사랑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 이상, 송유희 역시 더는 그의 체면을 지켜 줄 생각이 없었다. 그날 밤. 송유희는 누구도 함부로 연락할 수 없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울남시 재계의 절반을 움직인다는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다시 마주친 곳은 다름 아닌 송유희의 결혼식장이었다. 그제야 모든 것을 잃었다는 듯이 눈시울을 붉힌 최동찬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희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딱 한 번만...” 송유희는 말없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바로 뒤에 서 있던 남자의 품 안으로 안겼다. 잔혹할 만큼 냉정한 성정과 막강한 권력 때문에 재계에서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남자. 최세호가 송유희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곧이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싸늘하게 떨어졌다. “호칭을 잊은 모양이네.”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형수님이라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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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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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뒤의 100일 밤

가면 뒤의 100일 밤

– 드디어, 끝났다. 그녀는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아펙스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한국 파트너들의 서명만 남았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이제 서명만 남았어. 그리고 떠나는 거야. 이곳에서 멀리. 스테판 세가라로부터 아주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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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마지막 비밀

우리 사이의 마지막 비밀

네 번째 시험관 시술의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던 날. 출장을 간다던 남편 진성용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자의 배는 금방이라도 아이를 낳을 듯한 만삭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진성용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여자를 제 등 뒤로 감추며 말했다. “여보, 우리 집안에는 대를 이을 아이가 필요해. 아이만 무사히 태어나면...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진성용이 말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런데도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알았어.” 너무도 순순한 대답에 오히려 진성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쥐고 있던 검사 결과지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태어난 날. 나는 진성용에게 이혼 서류 한 장만 남긴 채, 이 남자의 세상에서 완전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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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쓸 운명

다시 쓸 운명

펼쳐보니 맨 마지막 단에 서이경의 글씨도 보였다. 정갈하고 예쁜 궁서체였지만 앳된 티가 났다. 그런데 연회 날짜가 조금 곤란했다. “이틀 후에 설은비가 친정으로 인사를 올 테니, 연회에 참석하긴 힘들 것 같구나.” 그녀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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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팅 포인트 (Melting Point) : 그녀의 녹는점

멜팅 포인트 (Melting Point) : 그녀의 녹는점

​사람들은 연결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죽음의 무도가 되었다. ​마지막 문장이 시스템 로그처럼 망막을 스쳐 지나갔다. ​[Chain Reaction: Status Active] [Next Node Identification: Residential Area - Secto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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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로 얼룩진 그림자

후회로 얼룩진 그림자

그들이 떠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 마음속 마지막 미련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짐을 챙겨 죽음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이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 초췌한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행복하다고 착각하지 마. 사실 그 부자가 절에서 한 깊은 절도 다 나를 위해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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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밤의 배달 로맨스

외로운 밤의 배달 로맨스

“밤새 푹 주무신 걸 보니 그 멜라토닌이 효과가 있나 봐요. 저도 다음에 하나 사야겠어요.” 사실 제대로 잘 잔 게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불평하며 어색함에 코끝을 어루만졌다. 내가 일어나는 걸 보고 윤슬기는 이어서 말했다. “팀장님, 이번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료를 USB에 정리해놨어요. PPT도 이미 준비해서 이메일로 보내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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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처만 남은 우리

결국, 상처만 남은 우리

하진은 임구택 교수님의 마지막 제자로서, 빈소를 떠나는 가장 마지막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장례식장 앞에서 서 있었다. 그의 검은색 G클래스 SUV가 내 앞에 멈춰 섰고, 나는 습관적으로 조수석 문을 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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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차가운 화강암 벽이 결국 내 제2의 피부가 되었다. 나는 이 습기와 망각으로 스며 나오는 벽, 내 생명의 온기 마지막 남은 조각까지 빨아들이는 듯한 이 차가운 돌과 하나가 되었다. 내 안에는 더 이상 눈물도 없다. 눈물은 증발해 버리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하얀 공허, 최후의 붕괴 후 대성당에 찾아오는 적막만이 남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 정말로 모든 것을. 그 표까지도, 내게 운명과 방향,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있었음을 증명 해주는 유일한 물증이었던 그 조그만 종이쪽지까지. 이제 남은 건 거친 내 숨소리와 이 내면의 존재, 미래의 무거운 작은 짐, 이 적대적인 세상에 나를 여전히 붙들어 매는 그것뿐이다. 내 아이. 우리의 아이. 무(無)의 부름에 저항하고, 심연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게 하는 나의 유일하고 마지막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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