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야
추석 연휴를 맞아 퇴근하기 직전, 여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이사한 집 주소라며 새 주소를 올렸다.
나는 그 주소를 따라서 버스를 무려 5번이나 갈아타면서 찾아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건 황량한 산과 잡목 숲뿐이었다.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여동생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빙고! 장난 성공! 마지막 버스도 떠났으니, 이제 어떡할래?]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지만, 부모님은 배를 잡고 웃으셨다.
[그런 말도 믿다니. 저 멍청한 꼴은 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네.]
[우린 추석에 가족끼리 밥 먹을 거니까, 너는 알아서 걸어와.]
그러고는 내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절망한 순간, 나는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휴대폰으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또 익숙한 배경음이 들려왔다.
남자친구의 비웃음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지아야, 방금 네 부모님한테 다 들었어. 그냥 혼자 돌아오라고 하시던데.]
[처음 당하는 장난도 아닌데, 이제 와서 예민하게 굴지 마.]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무정하게 끊겼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울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 집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리 보이는 집집마다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지쳐버렸다.
여동생은 추석마다 장난을 치는 걸 좋아했고, 온 가족은 늘 그 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재작년에는 복숭아털을 물컵에 넣어서 내가 천식 발작을 일으키게 했다.
작년에는 샴푸를 제모크림으로 바꿔 놓아서 내 면접을 망쳤다.
올해는... 가족 모두가 내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여동생과 짜고 나를 속여서 교외로 보냈다.
그리고 가족들은 식탁에 앉아서 내가 몇 분 만에 애원할지 내기를 걸고 있었다.
나는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다.
어둠 속에서 집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 장난은 여기서 끝이다.
나 혼자서라도 끝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