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소지연은 마침내 최재빈이 자신을 사랑할 일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더는 헛된 기대에 매달리지 않기로 한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아들 최유안의 손을 잡고 최재빈의 곁을 떠났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늘 차갑고 무심하기만 했던 최재빈이 뒤늦게 그녀를 붙잡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냉담함은 온데간데없이 매일같이 소지연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아들과 함께하며 서툰 방식으로 빈자리를 채워 갔다.
크고 작은 깜짝 선물까지 준비하며, 잃어버린 두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두 사람을 지키려다 결국 납치범의 칼에 찔려서 생사까지 오가게 되는 최재빈.
아들의 간절한 바람 앞에서, 굳게 닫혀 있던 소지연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최재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시 부부가 된 그날.
이번에는 정말 모든 불행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소지연과 최유안이 탄 차가 사고를 당했다.
십여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지연은 신장 하나를 잃었고,
아들 유안은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리고 사고 다음 날.
아들의 손을 잡고 진료실 앞을 지나던 소지연은, 우연히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그녀가 믿었던 모든 것이 다시 무너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