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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뇌사 판정을 받은 후 남편은 나를 설득하여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하게 했다.
나는 그리움의 고통에 시달리며 신경쇠약 직전까지 갔을 때 우연히 주치의였던 유진이 남편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심장을 가져가 첫사랑의 딸을 살리기 위해 내가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유도하고 내 딸이 뇌사 상태라고 거짓말을 했다.
유진의 딸이 퇴원할 때 남편이 데리러 병원에서 나타났고 세 사람은 행복한 가족처럼 웃고 있었다.
내가 찾아가 남편에게 따지려 하자 남편과 그 여자는 힘을 합쳐 나를 건물 아래로 떠밀어 죽였다.
눈을 떴을 때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명하던 날로 돌아갔고 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바라보며 남몰래 다짐했다.
딸아, 이번엔 그 더러운 연놈들이 네 목숨값을 치르게 할 거야.
새로 온 베이비시터에게 내 아들을 하룻밤 맡긴 후부터, 아들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거부하게 되었다.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베이비시터를 쫓아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가 실수로 침대 밑을 본 순간, 주홍빛 눈동자를 가진 비참한 얼굴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10년 전, 나는 고재형을 구하다가 시력을 잃었다.
10년 후, 고재형은 내연녀를 우리 집으로 불러들였다. 매일 밤이 깊어지기 전에는 나를 달래서 재웠고 깊은 밤이 되면 어김없이 내연녀의 품으로 숨어들었다.
심지어 아들조차 몰래 그 여자를 엄마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내가 시력을 되찾고 그들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을 잃은 주인혁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 소꿉친구 소연아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심지어 나를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음흉한 여자라고 여겼다.
소연아가 내가 자신을 호수에 밀어 빠뜨렸다고 모함하자, 주인혁은 사람을 시켜 나를 호수에 처박고 고열이 날 때까지 차가운 물속에 내버려 두었다.
실망 끝에 마음을 접은 나는 화리서를 남기고 아들 주현우를 데리고 떠났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주인혁은 사람을 보내 주현우를 데려가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소연아가 만족할 때까지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흔아홉 번이나 도망쳤음에도 끝내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주현우가 백 번째로 잡혀갔을 때, 나는 신분을 숨기고 시녀로 변장해 저택에 잠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혁의 기억상실은 가짜였고, 우리가 매번 잡혔던 건 주현우가 그에게 몰래 소식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저희가 약속했던 기한은 10년이었어요.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은서를 데리고 떠나려고요.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건호는 그동안 쭉 은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실 안에서 신유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신유진은 송건호와 10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끝내 송건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딸이 마음씨 좋게 한 할아버지를 부축해 구급차에 태워 보냈다.
하지만 그 구급차가 도착한 곳은 외딴 시골 마을.
간신히 딸을 찾았을 때, 이미 짓밟힌 채 맥이 끊긴 상태였다.
범인은 잡혔지만, 정신이 문제 있다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났다.
나는 끝내 이성을 잃었고 결국 광기에 휩싸인 사람이 되고 말았다.
1094일이 되는 날, 나는 하경석에게 이혼을 제기했다.
그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보였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 고상한 표정을 유지했다.
“맘대로 해.”
하경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치 아침 식사에 사용될 우유를 바꿀지 말지를 논의하는 것처럼, 내가 이혼을 제기한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
1095일이 되는 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상하게 하경석과 아이들을 배웅한 뒤 하씨 가문을 완전히 떠났다.
한소원과 배민혁은 11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 왔다.
이 남자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리라 믿고 있을 때 배민혁이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3년이나...
한소원과 얼굴이 많이 닮았지만, 더 젊고 어린 여자에게 빠져버린 것이다.
이보다 더 최악은 없으리라 믿었던 그때 아들 한진우가 가족관계해체사유서를 내밀며 한소원이 본인들이 행복한 가족을 이루는 데 방해한다고 소리쳤다.
심장이 짓밟히는 듯한 고통 속에 한소원은 이혼 협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 부자와 얽히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내렸다.
범인이 나를 학대하고 있을 때 형사과장인 아빠와 법의학자인 엄마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여동생 임설아와 동행하고 있었다.
과거 아빠에게 붙잡혔던 범인은 보복으로 내 혀를 자른 후 내 휴대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는 단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오늘 네 동생 설아 대회가 제일 중요해!”
범인이 조롱하듯 키득거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납치했네. 그래도 친딸을 더 사랑할 줄 알았는데.”
범죄 현장에 도착한 엄마와 아빠는 시신의 끔찍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범인의 잔인함에 분노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사람이 바로 자기들의 딸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아빠를 보호하려고 나는 악당들에게 무려 10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 아빠는 입양딸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내 생일이기도 한데 생일 축하해 줄 수 있어요?”
“너는 미친 짐승이야. 생일을 새려고 네 엄마를 죽였어. 그런데도 생일을 챙기려고? 그냥 죽어버려!”
말을 마친 아빠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 날, 내 시체는 화분에 담겨 경찰서 문 앞에 놓였다. 아빠는 부검을 담당했다. 아빠는 범인이 복수심에 불타 있고, 극히 잔인한 방법으로 경찰의 위엄에 도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죽은 사람이 그가 가장 미워하는 딸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박찬호에게 딸의 생일에 산에서 캠핑하자고 99번이나 부탁해서야 그는 겨우 허락했다.
다음 날 밤늦게 산 아래에서 딸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있었고 손에는 우리 가족을 그린 그림을 꼭 쥐고 있었다.
나는 딸의 시신 앞에서 통곡했지만, 박찬호는 오히려 SNS에 사진을 올렸다.
‘너와 아이는 나에게 보물 같은 존재야.’
이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속에서 그는 그의 소꿉친구와 작은 여자애의 손을 잡고 일몰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의 왼쪽 아래에는 작은 손이 보였는데 그건 내 딸의 손이었다.
이 잔혹한 사진은 내 딸이 찍은 것이었다.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
쌍둥이 동생, 임서우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늘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폭설로 산길이 막혔던 그날, 구조 헬기에는 딱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암 말기 진단서를 움켜쥔 채 임서우에게 마지막 구조 기회를 양보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서우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어지럽다고 소리를 질렀다.
가족들은 쏜살같이 달려들어 임서우를 헬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남편 주재윤은 부러진 내 팔을 툭 건드리면서 무심하게 내뱉었다.
“서연아, 넌 다음 헬기 기다려.”
내 딸 주도아마저 나를 향해 눈덩이를 던지며 악을 썼다.
“이모가 더 급해! 엄마, 왜 뺏으려 그래!”
헬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나는 창가에 앉은 동생을 보았다.
임서우는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 표정은 마치 자신이 승리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어지럽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된 이후 내게 남은 시간은 단 3일.
생의 마지막 3일, 나는 내 모든 것을 쥐어짜서 가족들의 애정을 구걸해 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