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입양한 양녀는 단지 좁은 창고에 10분 정도 갇혔을 뿐이었지만, 아빠는 나를 온몸으로 묶어 창고에 가두고 환기구까지 수건으로 막아버렸다.
아빠가 말했다.
“언니로서 동생을 잘 돌보지 못했으니, 이제 동생이 겪은 고통을 직접 경험해.”
폐소공포증이 있던 나는 좁고 어두운 창고 안에서 공포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아빠에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빠의 냉정한 꾸짖음뿐이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언니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 생각해.”
마지막 빛마저 가려지자, 나는 절망에 빠져 어둠과 싸우며 몸부림쳤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아빠는 나를 기억해내고 이번 벌을 끝내기로 했다.
“이번 교훈으로 정신 차리길 바래. 다음에 또 이런 짓을 하면 이 집에서 나가야 할 거야.”
하지만 아빠는 몰랐다. 나는 이미 창고에서 죽었고, 내 시신은 썩어가고 있었다.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
70세의 허희영은 내가 꿈꾸던 책가방을 사주기 위해 만두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젊은 기자 아가씨가 포장마차를 막아섰다.
허희영은 그저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고 기자에게 만두 하나를 건넸지만, 다음 날 그 일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뉴스에선 허위 사실이 보도되었다.
[길거리에서 독이 담긴 만두를 판매하며 정의로운 기자에게 뇌물을 주려 한 70세 노인.]
집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한 나는 첫 번째로 소방대장인 남자친구 이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김예린을 위해 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살기 위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는 근처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유일하게 나를 위해 수술해 줄 수 있는 오빠가 수술을 거부했다.
죽음의 문턱을 넘는 순간, 병원장인 아버지 한태준이 나타났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구하러 온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내 피를 모두 뽑으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렇게 절망 속에서 죽어갔고 세 사람은 나중에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나에게 4천만 원의 현금을 건네시면서 인부들에게 월급을 전해주라고 하셨다.
봉투를 사려고 나간 사이 아빠는 바로 그 돈을 이웃에게 집을 사라고 빌려줘 버렸고 내가 따져 묻자 돌아오는 건 너는 아직 인간관계를 모른다는 아빠의 핀잔뿐이었다.
엄마와 오빠도 내가 돈을 아빠가 볼 수 있는 곳에 놓은 게 잘못이라며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을 알게 된 사장님은 다행히 나를 신고하지는 않고 해고만 하시면서 돈만 갚으라고 하셨다.
그 돈을 갚기 위해 나는 아빠가 소개해준 월급 많이 준다는 간병인 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영감에게 성추행까지 당해버렸다.
아빠는 경찰에 신고하려는 나를 노인의 상황도 이해해주라면서 말렸고 나는 결국 노인네 돈을 탐낸 꽃뱀이라는 오해를 받고 그 집안 자식이 부른 사람들에게 맞아 죽어버렸다.
그런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아빠가 이웃에게 돈을 빌려주던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시어머니가 자궁암 진단을 받은 날, 짐을 싸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희망도 없고.”
시어머니는 목이 메인 듯 말했다.
“네가 날 내쫓으면 넌 사람이 아니야.”
나는 묵묵히 서 있는 남편을 보고 내가 아끼며 키운 아들을 바라봤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침묵하던 남편은 얼굴이 흐려져 내 손을 붙잡았다.
“출산했을 때 그 일을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거야? 엄마가 이런데.”
아들도 거들었다.
“할머니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가 노후를 돌보는 건 당연한 거야.”
나는 남편과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돌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다.
결혼을 하더라도 밤새도록 소란을 피워 이웃들의 불만을 사지 말아 달라는 다소 완곡하지만 분명한 항의였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남자 친구도 없는데 무슨 결혼을 했다는 거죠?”
내가 인정하지 않자, 관리사무소에서는 아파트 CCTV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속 복도는 결혼식 장식으로 화려했고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으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신부가 신혼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신랑은 2년 반 전에 헤어진 나의 전 남자 친구였다.
해외로 전근 간 지 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난 대출로 산 새 집이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고 연락도 전혀 되지 않아 걱정된 난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아내를 찾았을 때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놀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그녀의 첫사랑이 다정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분노한 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상대방에게 주먹을 한 대 날렸다.
하지만 아내는 그를 감싸고는 내 뺨을 때렸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문재 오빠를 때리는 거야? 오빠는 나와 이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줬어. 하지만 당신은 이 3년 동안 집에 오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내가 원해서 이 아이들을 돌봐주는 거야. 오빠는 아무 잘못 없어.”
내 쌍둥이 언니는 열아홉 성인식 날 사망했다. 호텔의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언니가 가장 아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절친 허지선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언니가 괴롭힘을 당하는 사진을 익명으로 퍼뜨려달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나는 언니가 되고 싶었던 그녀의 얼굴을 칼로 한번 또 한 번 긁으며 피투성이가 된 허지선의 얼굴을 예술 작품처럼 들어 올렸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언니가 죽었어. 언니를 해치려 했던 사람들 전부 가만 안 둬.”
우리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내가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부산물이라 싫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자신의 학생만은 끔찍이 아꼈다.
내가 엄마의 제자한테 고백을 받았을 때는 제자가 아닌 나의 뺨부터 때린 게 우리 엄마란 사람이었다.
치매가 걸려도 엄마는 제자만은 알아봤다, 그냥 딸만 까맣게 잊었을 뿐.
하지만 그런 엄마를 찾아오는 제자는 없었다.
왜냐고?
다들 나처럼 엄마를 싫어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