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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억

천년의 기억

그는 자신이 어딘가에서 죽어야 했다는 무언가를 끝내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리창에 비친 도시 위로 번개처럼 아주 짧은 이미지가 다시 스쳤다. 칼. 피. 무너지는 무릎. 그리고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 그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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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아오지 않은 내 사랑

끝내 돌아오지 않은 내 사랑

“언니, 우리 끝순이가 죽었다고 해서 가짜 유골함까지 들고 와서 묫자리 차지하고 차현 씨의 관심을 끌 필요는 없잖아요.” “끝순이는 살아 숨 쉬던 생명이었어요. 저도 끝순이가 다음 생에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고요. 이 자리는 끝순이한테 양보해 주세요.” 그 묫자리는 내가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으로 일부러 고른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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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와의 전쟁

룸메이트와의 전쟁

윤하는 학교로 돌아온 뒤 우리에게 얘기했다. “서예지 사건 종결됐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너 사건 취하했어?” 윤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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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굿나잇

엇갈린 굿나잇

정인우에게는 8년째 고수해온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 시간은 늘 딱 3분이었다. “채연이가 불면증이 심해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했어.” “근데 왜 하필 너야?” “그때 그 사고... 채연이가 나 대신 다쳤잖아. 그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8년이라는 세월, 2900번이 넘는 3분.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음을 넓게 먹자, 제발 그러자며 스스로를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모른다. 결혼 3주년이 되어서야 정인우는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들의 뒤늦은 신혼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정인우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이채연이 보낸 영상이었다. 화면 너머, 그녀는 우리 부부의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잠옷을 입고, 내 베개를 벤 채로 카메라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오빠, 오늘은 딱 1분만 더 통화하면 안 돼?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전화할 시간까지 딱 3분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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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죄송한데, 어떤 일로…….” “그때 당선작이었던 「첫사랑」 있잖아요. 그 대본이, 이번에 영화로 제작하기로 확정됐어요.” 지호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정말요? 그게,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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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뒷면

세상의 뒷면

글 제목 하나. The Four Minutes. 그 아래 한 줄 요약. 검색 결과에 뜨는 첫 문장. I passed out at a red light for four minutes. When I woke up, I said good morning to my daughter in Spanish. 해인이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천천히. 영어로. 그리고 나를 보았다. 나는 그 문장을 우리말로 옮겼다. 속으로. 한 단어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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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자락

사랑의 끝자락

내일이면 이혼숙려기간이 끝난다. 내일이 지나면, 나는 강시헌과 완전히 남남이 된다. 나는 베란다에 둔 작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 순간, 손가락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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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 찾아온 복수와 사랑

죽은 후에 찾아온 복수와 사랑

웨딩 영상이 상영되던 대형 스크린이 갑자기 암전되었다. 고나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듯했다. 고나연은 술을 권하던 것을 멈추고 무대 뒤쪽으로 성큼 향했다. 하지만 무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스크린이 다시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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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카운트다운

죽음의 카운트다운

그저 태어날 때부터 비극이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시간을 보며 조용히 식탁에 엎드려 있었다. 옆에는 내가 준비한 유골함과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주위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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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숨은 진실

어둠 속에 숨은 진실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허지성, 우리 관계는 이제 완전히 끝났어.’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제야 허지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경아, 오늘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널 나무라려던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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