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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끝난 인연

달빛 아래 끝난 인연

하윤성이 승상의 자리에 오른 날, 승상부로 돌아온 그가 서하영에게 처음 꺼낸 말은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겠다는 것이었다. 서하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그녀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서하영은 하윤성이 어느 시녀에게라도 눈길을 주었다는 말만 들어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직접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는 의식을 주관하고 있었다. 의식은 성대했고, 준비 과정 또한 빈틈이 없었다. 그 규모와 격식은 자신이 혼례를 올리던 날보다도 훨씬 더했다. 예전의 서하영은 늘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하윤성의 서재로 탕과 다과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바깥출입을 삼가며 조용히 지낼 뿐, 더 이상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예전의 그녀는 매일 정성껏 단장하며, 혹시라도 그의 눈길 한 번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꾸미지 않은 채, 조용히 처소에 머물 뿐이었다. 심지어 하윤성이 먼저 그녀의 처소를 찾아와 입을 맞추려 했을 때조차, 서하영은 조용히 그를 밀어냈다. “소첩은 오늘 몸이 불편하여 서방님을 제대로 모시기 어려울 듯합니다. 예진 동생은 승상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서방님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입니다. 허니 서방님께서는 동생의 처소로 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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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경계

영혼의 경계

아무도 없는 공터에는. 다시 평범한 밤만이 남았다. 하지만. 오늘의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시작된 일이었다. 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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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닿지 못한 마음

끝내 닿지 못한 마음

대전 안, 조민소는 눈가에 차오른 물기를 애써 눌러 삼켰다. 이윽고 한 자 한 자 황제를 향해 또렷이 힘주어 아뢰었다. “폐하, 신이 지금껏 세운 군공을 대가로 군주(郡主) 임지영과의 혼약을 파하고자 하옵니다.” “아울러 변방 수비를 자청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레 뒤 경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나이다.” 황제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민소야. 오늘 막 전장에서 돌아온 네가 어찌 벌써 다시 떠날 생각부터 한단 말이냐?” “너와 지영이는 짐이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이들이다. 네가 지난 삼 년간 변방에 나가 있는 동안 그 아이와 네 부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짐은 어느 정도 전해 들었다.” 황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들이 네 마음을 저버렸구나.” 잠시 말을 멈췄던 황제가 이내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기회를 주어 보자꾸나. 짐과 내기를 하나 하자. 이레 안에 그들이 네 결심을 눈치채고 너를 붙잡는다면 경성에 남거라. 허나 끝내 아무도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짐도 네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으마.” 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 따위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주 희미한 기대 하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 나를 붙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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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운명

뒤바뀐 운명

그 모습은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슬퍼하는아내 같았다. 태연은 몸의 90%에 화상을 입었고 치료하는데 치료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나는 ICU에 있는 태연을 차갑게 바라보고 주저 없이 사인을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 적에 대한 인자함이 자신에 대한 잔인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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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그림자

잿빛 그림자

프로필 사진은 까맣게 되어 있었고 이름은 GQ, 카카오스토리에는 재민의 사진 외에 다른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 카톡을 닫고 다른 것들을 살펴보니 심청하의 계좌에는 매달 GQ로부터 600~1000만 원씩 입금받은 기록이 있었다. 카드에는 잔액이 5억6천만 정도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나 자신을 바보라고 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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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결말은 새드앤딩

관종의 결말은 새드앤딩

같은 시각, 방송의 댓글창은 아주 시끄러웠다. [옳소!] [맞말이네. 미신 믿는 사람은 조선 시대로 보내셈.] [어차피 죽은 사람도 메이크업하잖아. 실력 좋은 사람한테 맡겨서 예쁘게 죽는 것도 좋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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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

나의 죽음

“오늘은 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해주지!” 방 안은 마치 어둠이 마지막 한 조각의 빛마저 삼켜버린 듯, 절망과 분노, 증오가 얽혀 가장 비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때, 경찰의 발소리가 지하실 어두운 공간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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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렌즈

파멸의 렌즈

유진의 손에 들려 있던 과도가 내 오른쪽 눈동자의 정중앙에 꽂혀 있었다. 유진은 미친 것 같았고 마치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칼을 여러 번 아래로 눌렀다. “너만 아니었으면 난 지금 이미 파란색 눈동자가 되었을 거야!”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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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랑의 끝

10년 사랑의 끝

10년을 사귀고 나서야 강도준은 나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웨딩 촬영을 하던 날, 사진작가가 키스 컷을 몇 장 찍어 보자고 했다. 강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결벽증이 있다고 말했고, 나를 밀어낸 뒤 혼자 스튜디오를 나가 버렸다. 나는 민망한 얼굴로 스태프들에게 대신 사과했다. 눈이 쏟아지는 날이라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나는 눈에 젖은 길을 밟으며 한 걸음씩 힘겹게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신혼집 안에서 강도준이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떨어질 줄 모르고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자기야, 네가 한마디만 하면 난 언제든 결혼식장에서 도망칠 수 있어.” 오랜 세월 붙잡고 있던 마음이 그 순간 우스갯거리가 됐다. 한참을 울고 난 뒤, 나는 강도준보다 먼저 결혼식에서 사라지기로 했다. 훗날 지인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다. 강씨 집안 막내가 전 약혼녀를 찾겠다며 온 세상을 뒤지고 다닌다고. 돌아와 달라고 빌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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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 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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