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끝난 인연
하윤성이 승상의 자리에 오른 날, 승상부로 돌아온 그가 서하영에게 처음 꺼낸 말은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겠다는 것이었다.
서하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그녀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서하영은 하윤성이 어느 시녀에게라도 눈길을 주었다는 말만 들어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직접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는 의식을 주관하고 있었다.
의식은 성대했고, 준비 과정 또한 빈틈이 없었다.
그 규모와 격식은 자신이 혼례를 올리던 날보다도 훨씬 더했다.
예전의 서하영은 늘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하윤성의 서재로 탕과 다과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바깥출입을 삼가며 조용히 지낼 뿐, 더 이상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예전의 그녀는 매일 정성껏 단장하며, 혹시라도 그의 눈길 한 번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꾸미지 않은 채, 조용히 처소에 머물 뿐이었다.
심지어 하윤성이 먼저 그녀의 처소를 찾아와 입을 맞추려 했을 때조차, 서하영은 조용히 그를 밀어냈다.
“소첩은 오늘 몸이 불편하여 서방님을 제대로 모시기 어려울 듯합니다. 예진 동생은 승상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서방님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입니다. 허니 서방님께서는 동생의 처소로 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