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그가 뺨이 헐도록 친다고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었으니까.
신유나는 몸을 굽히며 그를 달랬다.
“태훈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어차피 인간은 부활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린 애도하자.”
그러자 오태훈은 그녀를 확 밀쳐냈다.
트라우마가 담긴 그 거절을 본 순간, 에를란의 뜨거웠던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상황을 자신의 감정대로 밀어붙였다는 깊은 후회가 가슴을 채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지와 검은 셔츠를 집어 들고 천천히 다시 옷을 갖춰 입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에를란은 조용히 라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의 손을 문고리 위에 올려주고 싶었지만 이미 죽어버린 나는 한번 또 한 번 그의 몸을 관통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체념한 내가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자 밖에서 들리던 소리도 아까보다는 작아져서 그런지 용기를 낸 세훈이가 인터폰으로 다가가 문 두드리는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훈아, 얼른 열어드려. 클릭 한 번만 하면 돼!”
연기준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낮게 속삭였다.
“임선우가 왜 스스로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왜 천 명의 목숨을 대가로라도 그녀를 되살리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왜 굳이, 그 입으로 ‘후회했느냐’는 한마디를 듣고 싶어 했는지.”
서인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곧 답을 찾은 듯 입을 열었다.
“당신은 해외에서 막 돌아왔고, 모든 증거를 종합하면 당신의 혐의가 매우 큽니다.”
“향수는 다른 사람이 해외에서 대리구매했을 수도 있잖아요.”
나는 힘없이 반박했다.
“그 말을 당신 스스로 믿을 수 있나요?”
이건욱은 비웃으며 말했다.
“마침 대리구매한 사람이 또 허문덕과 원한 관계가 있을 확률이 있을까요?”
하지만 윤차현은 끝까지 말을 이어 갔다.
“여보, 나 이제 오래 못 갈 것 같아. 내가 저지른 잘못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 알아. 그래도 하나만 묻고 싶어. 다음 생이 있다면, 나한테 속죄할 기회를 줄 수 있어?”
윤차현은 이미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태였지만, 윤차현의 눈에는 여전히 간절한 기대가 남아 있었다.
겨울이 찾아온 지금, 가끔 잠결에 그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계절이 지난 과일은 비싸다.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건 시간이란 가격이다.
늦게 깨달은 사랑도 마찬가지다. 명백히 후회와 깨달음의 대가일 뿐이다.
그에게 속고 배신당했던 순간, 나는 마치 천 개의 바늘을 삼킨 것처럼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