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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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사극×
All
로맨스
현실 감정물
늑대인간
마피아
비엘
신화
판타지
학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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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아슬아슬 로맨스
서스펜스/스릴러
괴담
사극
남자 시점

Characters

45
All
편애/이기적인
나쁜 남자
불륜녀/불륜남
무정한
이성적인
쓰레기남
백월광
능력녀
가식적인
아기
재벌 보스
변태
소꿉친구
나쁜 여자
진짜 가짜 금수저
Mafia
4차원
남자 시점
의사
계략
대역
절친
비서
얀데레
일편단심
법의학자
더블 환생
연애 중심
퀸카
경찰
맹목적 사랑
보모/유모
superfemale 증후군
이웃
여신
사위
일진
가난학생
파일럿
중장년
연예인
인플루언서
룸메이트
젊은 아내
신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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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t & Setting

48
응징×
All
가족물
후회남
후회
불륜
인과응보
복수
사이다
응징
결혼
가족 후회물
수위 넘음
카운트다운
유혹/매혹
임신
18+
애정 이야기
위장 죽음
시스템
직장
여성 성장
각성
로얄
후회녀
학폭
출생 가정
범죄
구원
라이브 방송
나이차
탐정/추리
여성 연대
선결혼후연애
마음의 소리/독심술
불륜 현장 포착
연예계
타임슬립
금기된 사랑
학원물
운명 거부
초능력
소설 빙의물
강제적인 사랑
절친과 동반 이혼
원나잇
대신 결혼
절친과 동반 결혼
계약 결혼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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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s

17
All
가슴 아픈 사랑
반전
막장
사이다 전개
죽고난 후 후회
환생
집착
애잔물
인생 역전
엽기적인
설렘물
병적인
짝사랑
치유
열혈물
성장
두뇌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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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 사극 Short Stories & Nov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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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 사극 novels & stories
속세
한서윤은 강성에서 이름난 명문가의 아가씨였다. 거문고와 바둑, 글씨와 그림, 바느질과 예법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걸을 때는 치맛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경성 귀족 아가씨들이 앞다퉈 본받는 모범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혼인한 사내는 전장을 누비며 여인을 아낄 줄 모르는 사내, 강무진이었다. 첫날밤부터 잠자리를 열댓 번이나 했고,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이후 삼 년 동안은 갈수록 심해졌다. 서재와 마구간, 대청과 사당을 가리지 않고 온갖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혀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부인, 앞으로 아껴 주겠다." 이런 말은 들은 적도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음탕한 것이냐?" "이렇게 밝히는 걸 보니, 많이 외뤄웠나 보구나."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키며 묵묵히 견뎠다. 그는 무장이었다. 오랫동안 변방에서 전장을 누볐으니 다정한 표현을 모를 수도 있고, 상스러운 말도 그저 표현 방식이 거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무진이 변방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 갑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사람을 시켜 그녀를 축하연회에 데려오라 했다. 손님들이 가득한 연회장에서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그는 상석에 거만한 태도로 앉아 있다가 돌연 그녀를 다리 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를 억지로 욕보였다.
햇빛 속의 칼날 - 사극 novels & stories
생생이
옥에서 오 년간 고초를 겪은 끝에 정시월은 마침내 풀려났다. 옥문이 열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바로 서정호였다. 그는 검은색 친왕 예복을 걸친 채 윤기가 흐르는 준마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꼿꼿한 자태는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았다. 하지만 정시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한 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정시월은 시선을 거두고 상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말 옆을 돌아 그대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창을 든 호위병 무리가 양옆에서 갑자기 몰려나와 정시월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 정시월은 성지를 받들라!" 정시월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인 정시월은 과거 육황자를 해친 죄가 명백하며, 증거 또한 확실하다! 본래라면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하나, 그 아비인 정택 장군이 과거 세운 전공을 참작하여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옥에 오 년간 가두는 것으로 형을 감하셨다!" "이제 형기가 끝났으나, 한비마마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오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옥에서 성문까지 십 리에 걸쳐 붉게 달군 숯을 깔았으니 죄인 정시월은 맨발로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명한다. 그래야만 육황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죄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십 리의 숯불 길을 맨발로 걸으라고?'
그대가 놓쳐버린 혼례 시각 - 사극 novels & stories
별일없음
혼례 시각까지는 이제 한 식경도 남지 않았다. 임지헌이 마침내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하온아, 데리러 왔다." 방 안 가득 모인 친척들이 곧장 떠들썩해졌다. "신랑이 늦었으니 술을 벌로 받아야지!" "그만들 하십시오. 혼례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신부를 가마에 태워야 합니다!" 막 그의 손에 내 손을 얹으려던 찰나, 등 뒤에서 나의 시집길을 배웅하러 왔던 서민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마에 그린 꽃무늬가 번졌으니 조금 손봐야겠습니다." 나는 몸을 굳혔으나, 임지헌은 도리어 손을 거두었다. "그래. 급할 것 없다." 서민주는 화장함을 뒤적이며 나를 향해 웃었다. "하온아, 근심 말거라. 이내 끝내마." "다 네 혼례를 빛내기 위해서다." 그러고는 임지헌에게 동경을 내밀었다. "이것을 좀 들어 주시겠습니까?" 임지헌은 아무렇지 않게 동경을 받아 들었다. 방 안에 감돌던 소란이 문득 잦아들었다. 어머니의 낯빛은 조금씩 창백해졌고, 나는 창가에 놓인 물시계를 한 번 바라보았다. "세자 저하." "관상감에서 정한 출발 시각은 진시 삼각입니다." "지금 나서시면 제때 맞춰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지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고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느냐." "내가 이미 왔고, 혼서도 오갔으며, 육례까지 모두 갖추었거늘 설마 혼례를 그르치기라도 하겠느냐?" 나는 임지헌의 손에 들린 화장함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어젯밤, 누군가 내 규방에 숨어들어 오늘 나를 데리러 와 혼례를 깨겠다면 그를 따라나설 것인지 물었다. 그때 나는 거절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었다.
마음이 식어버린 후궁이 도망쳤다 - 사극 novels & stories
하늘
신나정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끝에 겨우 황자를 출산했다. 간신히 눈을 뜨자, 곁을 지키던 월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마마, 폐하께서 아기 황자님을 장춘궁(長春宮)으로 데려가셨사옵니다. 앞으로는 황후 마마께서 직접 키우신다고 하옵니다.” 신나정은 침상에 누운 채 미동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았다.” 월이와 궁인들은 하나같이 무릎을 꿇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마마께서 말씀만 하신다면, 저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장춘궁에 가 아기 황자님을 되찾아 오겠사옵니다!” “됐네.” 신나정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난 되찾을 생각이 없네.” 월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오나 아기 황자님은 마마께서 열 달 동안 품으시고, 목숨까지 내놓다시피 하여 낳으신 아이이옵니다!” “폐하의 뜻을 누가 거스를 수 있겠느냐. 폐하께서 그 아이가 누구의 자식이라 하시면, 그 아이는 곧 그 사람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 사극 novels & stories
맑은 물결 한 자락
전란을 끝내기 위해, 나는 스스로 황명을 청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수인족(獸人族) 부족의 타나오윤과 혼인했다. 혼인 첫날밤, 어느새 초원의 늑대왕이 된 그는 드넓은 초원에서 나와 깊은 정을 나누었고, 우리는 서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때의 나는 타나오윤이 진심으로 나를 연모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훗날 십만 수인족 병사를 친히 이끌고 도성을 짓밟은 이 또한, 다름 아닌 타나오윤이었다. 그는 내가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턱을 붙잡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끝까지 지켜보게 했다. 아바마마께서는 굶주린 늑대 떼에 물어뜯겨 돌아가셨고, 태자 오라버니는 말발굽 아래에서 비참하게 숨을 거두었다. 어마마마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자들은 어마마마의 봉관을 잡아 뜯고 예복까지 찢어 놓은 채, 사람들 앞에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을 가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그 치욕은 끝나지 않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타나오윤이 웃으며 내게 물었다. 그의 눈에는 지난날의 다정함이라곤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진하선, 비록 네가 경국지색이라 하나, 내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느냐?” “진나라(秦國) 황실이 내 부족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아느냐? 고작 너 하나를 보내 놓고 이 피맺힌 원한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단 말이냐!” 마침내 타나오윤은 천하를 손에 넣었고, 연모하는 여인을 황후의 자리에 앉혔다. 반면 나는 아무런 명분도 지위도 없이 냉궁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마다, 그는 황릉에서 시신을 파내 내 앞에 가져왔다. 그러고는 뼈를 산산이 부숴 가루로 만들고, 남은 재까지 모조리 흩어 버렸다.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죽을 생각도 마라!” 그 뒤로 나는 더는 죽으려 발버둥 치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전 그를 살리려고 삼켰던 고충(蠱蟲)의 독이 발작했고,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황후를 건드린 대가 - 사극 novels & stories
초진
황후인 나는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안 순간부터 황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되었다. 황제는 내 거처를 아무도 모르게 다른 궁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 비밀은 훗날 귀비가 나를 잔혹하게 짓밟는 불씨가 되었다. 늦게 입궁해 내 얼굴을 몰랐던 귀비는 황후가 외진 별채에 머물 리 없다며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내 뱃속의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 그날 황제는 크게 노했고, 경성은 피로 물들었다.
천년의 세월을 건너 - 사극 novels & stories
월이
성루에 사흘 밤낮을 매달린 뒤, 나윤서는 마침내 마음을 비웠다. 이헌이 누구를 총애하든 더는 밤잠을 설쳐 가며 마음 쓰지 않았고,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애써 헤아리지도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의심과 오해도 더는 풀어 보려 하지 않았다. 나윤서는 날마다 봉의궁(鳳儀宮)에 조용히 머물렀다. 책을 읽거나 꽃을 돌보았고, 때로는 창밖을 바라본 채 반나절을 꼬박 보내기도 했다. 이제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곳을 떠날 생각뿐이었다. 한 달 넘도록 신분을 숨기고 남쪽 지방을 순행하던 이헌이 마침내 궁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그는 각지에서 구해 온 진귀한 물건들로 상자를 가득 채워 봉의궁으로 향했다. 내시들이 상자를 차례로 열었다. 그 안에는 강남의 섬세한 자수품과 이국적인 보석 장신구, 노래하는 정교한 기계 새 등 온갖 진귀한 물건이 가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 자세히 살펴봤을 나윤서였지만, 지금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한때는 서로에게 못 할 말이 없던 두 사람 사이에 이제는 침묵만 감돌뿐이었다.
비바람이 지나간 자리 - 사극 novels & stories
밀크 라떼
장수에게 가장 걸맞은 최후는 전장에서 맞는 죽음이라 했다. 소은하는 죽었다. 천 리 밖 북방 변경의 전장에서, 온몸에 화살을 맞은 채. 붉은 술을 단 창을 손에 쥔 소은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땅에 무릎을 꿇었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멀리 펄럭이는 군기와, 그 위에 새겨진 커다란 ‘소(蘇)’ 자였다. ‘나현진은 무사히 대주국으로 돌아갔겠지?’ ‘이건... 그대가 바라던 대로 제국으로 출병해 나현진을 되찾았으니...’ ‘이제 그대는... 더없이 기쁘겠구나.’
뒤늦게 찾아온 나의 봄 - 사극 novels & stories
강남
임서아는 전 태부(太傅)의 하나뿐인 적손녀이자, 경성에서 으뜸가는 영애였다. 하지만 그녀는 하필 세자 차도진을 위해 스스로를 세상 최고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차도진이 절벽 아래로 추락해 의식을 잃었을 때였다. 임서아는 홀로 천 리 길을 달려가 은거 중인 신의의 거처를 찾아내 그 문앞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꼬박 닷새 밤낮을 무릎 꿇었다. 겨우 신의를 모셔온 후에는 규수로서의 세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일 차도진의 침상 곁을 지키며 약을 달이고 몸을 닦아주기를 이어간지 꼬박 삼 년. 그러나 삼 년 뒤, 의식을 되찾은 차도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따로 있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임서아의 몸종, 연희를 세자빈으로 맞아들이겠노라 선언한 것. 소문이 퍼지자 온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달빛 아래 끝난 인연 - 사극 novels & stories
월이
하윤성이 승상의 자리에 오른 날, 승상부로 돌아온 그가 서하영에게 처음 꺼낸 말은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겠다는 것이었다. 서하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그녀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서하영은 하윤성이 어느 시녀에게라도 눈길을 주었다는 말만 들어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직접 고예진을 평처로 맞이하는 의식을 주관하고 있었다. 의식은 성대했고, 준비 과정 또한 빈틈이 없었다. 그 규모와 격식은 자신이 혼례를 올리던 날보다도 훨씬 더했다. 예전의 서하영은 늘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하윤성의 서재로 탕과 다과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바깥출입을 삼가며 조용히 지낼 뿐, 더 이상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예전의 그녀는 매일 정성껏 단장하며, 혹시라도 그의 눈길 한 번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꾸미지 않은 채, 조용히 처소에 머물 뿐이었다. 심지어 하윤성이 먼저 그녀의 처소를 찾아와 입을 맞추려 했을 때조차, 서하영은 조용히 그를 밀어냈다. “소첩은 오늘 몸이 불편하여 서방님을 제대로 모시기 어려울 듯합니다. 예진 동생은 승상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서방님의 보살핌이 필요할 것입니다. 허니 서방님께서는 동생의 처소로 가주십시오.”
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 사극 novels & stories
기윤
추연화는 병이 도져 생명을 연장하는 인삼까지 썼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연신 한 움큼씩 기침과 함께 피를 쏟아냈다. 그녀와 수십 년간 사랑을 나눈 남편 방지혁은 지금 평양공주(平陽公主)를 데리고 궁중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독(寒毒)이 도져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이 밀려오며 의식이 흐려지던 찰나, 문득 방지혁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추연화는 법당에서 꼬박 일주일 동안 무릎을 꿇어 무릎에 시퍼런 멍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기도한 대로 방지혁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니 시녀의 부축을 받아 서둘러 안채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방지혁과 평양공주였다. 교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주와 혼인했다던 방지혁은 추연화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평양공주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추연화가 참지 못하고 따져 묻자 평양공주는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고, 그 바람에 추연화는 바닥에 쓰러졌다. "장군님께서 나를 아끼시거늘, 네까짓 게 감히 어디라고 입을 놀리는 것이냐?" "사당에 가서 무릎 꿇고 <여인의 도리>나 똑바로 배우며 아랫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깨닫거라." 무릎을 꿇은 채 정신을 잃기 직전, 추연화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 ‘차라리 잘됐어,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 방지혁이 처음으로 평양공주의 거처에서 머물렀던 그날 밤, 추연화는 꼬박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방지혁은 눈이 벌게진 채 찾아와 해명했다. "연화야, 내가 평양공주를 아무리 싫어해도 황제의 체면을 생각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추연화는 그 말을 믿었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방지혁이 곁을 지키고 있었고, 추연화가 손을 빼내자 그 기척에 방지혁은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 다행이다. 어서 약을 먹거라." 방지혁은 따뜻하게 데워진 약을 들고 한 숟가락씩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내가 잘못했다. 어제 술을 몇 잔 과하게 마셔 서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너로 착각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다하지 못한 인연 - 사극 novels & stories
서리
태자의 마음을 얻으려 애쓴 지도 어느덧 일곱 해가 흘렀다. 그런데 혼례를 하루 앞둔 날, 그에게 공략 시스템의 존재를 들키고 말았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증오 또한 컸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승상의 딸 조예진을 태자비로 맞아들인 뒤 그녀를 옥사에 가두었다. 모진 고문으로 그녀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을 무렵, 진북장군 김동건이 변방에서 서둘러 귀환했다. 황실의 경계와 의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구할 수만 있다면 두 다리를 잃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득한 이별의 끝 - 사극 novels & stories
슬이
"태자 전하, 정말로 연우 낭자 몰래 심장의 피를 뽑아 설희 낭자를 살리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단검을 쥔 나이 든 어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일렁이는 촛불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비췄다. 침상 위 비단 이불에 파묻힌 강연우의 왜소한 체구는 흡사 한겨울의 초설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때, 침전 밖의 잔설보다도 시린 서제겸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래. 마비산(麻沸散)을 먹였으니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서 서두르거라!"
머나먼 그대여 - 사극 novels & stories
유룡장홍
“엄종호, 언제 나와 혼인할 거야?”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소원영이 침상 위에서 한 사내의 그늘 아래 깊이 잠겨 있었다. 흐트러진 공간에 두 남녀의 숨결이 얽혀들었다. 곧 사내가 이를 악물었고 뜨거운 땀방울이 소원영의 등 위로 떨어졌다. “너만 원한다면, 정연아…” 정연…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소원영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곧이어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또 소정연이었다. 일을 치르고 난 뒤, 소원영은 본채로 향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거라. 내 소정연 그 년 대신 이성진과 혼인하겠다고.”
달이 지는 밤, 옛 꿈을 지우다 - 사극 novels & stories
꽃솜
삼백 년 세월 동안 상국사(相國寺)의 향불은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었다. 김수정은 셋째 전하 이현과 나란히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 간절히 빌었다. '부디 곁에 있는 이와 평생을 함께하며 백년해로하게 해주십시오.' 그때 절 문밖으로 흑의인들이 들이닥쳤다. 차가운 검끝이 일제히 이현을 겨눴다. 위기의 순간, 김수정의 이복여동생 김서월이 몸을 던져 자객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해 갔다. 호위들이 절벽 아래에서 김서월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 덩굴에 걸린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상태였다.
내 봄을 빼앗은 궁 - 사극 novels & stories
부용
적녀인 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나는 동궁에 들어가 태자의 첩이 되었다. 동궁에서 보낸 육 년 동안 조정겸은 나를 다정하게 대했고, 어린 황손은 친어머니처럼 따랐다. 언니를 닮은 유정월이 나타나 제 입으로 언니의 환생이라 하기 전까지는.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황손은 그녀를 살갑게 어마마마라 부르면서, 나를 남의 자리를 차지한 가짜라고 욕했다. 유정월이 내 뱃속 아이가 황손의 자리를 위협할까 두렵다고 하자, 조정겸은 그 한마디에 임신한 내게 낙태약을 들이부었다. "나원아, 너는 사생아에 불과하다. 동궁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네 몫이 아닌 것까지 탐내지 마라." 사흘 동안 죽을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 침상이 피로 물들고, 이미 사람의 형체를 갖춘 딸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망가진 몸을 이끌고 황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육 년이 지났습니다. 황후 마마, 이제 저와 어머니를 놓아주십시오."
같은 날, 다른 가마 - 사극 novels & stories
풍령
사람들은 태자 기연우가 성품이 맑고 고결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기연우는 경성(京城)의 수많은 귀족 아가씨들이 꿈꾸는 낭군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밤이 되면 그가 목나경을 침대에 눕혀 놓고 정신없이 거칠게 몰아붙이는 모습이 얼마나 광기 어린지. 비밀 통로를 통해 기연우와 은밀히 만난 지 천한 번째 밤이 되던 날, 목나경은 온몸이 나른해진 채 어지러운 비단 이불 위에 누워 만족해하는 기연우를 바라보며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전하, 전하께서는 보름 뒤면 언니를 동궁으로 맞이하시지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이불자락을 꽉 쥐며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가녀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날에, 저도 첩으로 들여주시면 안 됩니까?" 옷을 입던 기연우는 잠시 멈칫했다. "안 된다." 그가 몸을 돌리자, 촛불 아래 비친 잘생긴 얼굴이 유독 차갑고 매정해 보였다. "나는 지의에게 평생 지의 한 사람만 두고 절대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조했다."
달빛 아래 가려진 운명 - 사극 novels & stories
철이
이정이 마침내 황위에 올랐다. 그는 조영지를 황후로 책봉했다. 그러나 황자 시절부터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함께 견디며, 황위에 오르기까지 줄곧 그의 곁을 지켜 온 정비 조희진에게는 귀비의 자리만 내렸다. 교지가 내려온 날, 요화궁(瑤華宮)은 숨조차 죽인 듯 고요했다. 궁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깊이 숙인 채 감히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조희진이 울분을 터뜨릴까, 분을 이기지 못해 기물을 집어던질까, 총애를 잃은 다른 후궁들처럼 이성을 잃고 난동을 부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희진은 담담히 조서를 받들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목소리에는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고, 얼굴에도 아무런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크고 맑은 눈동자에도 서운함은 조금도 어려 있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내전으로 들어가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방금 자신을 정비에서 귀비로 낮춘 교지조차,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인 양. 그로부터 칠 일이 지난 뒤. 좀처럼 요화궁을 찾지 않던 이정이 모처럼 그곳을 찾았다.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 사극 novels & stories
설융
경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최근 무안후부에는 하루 동안 후부 전체가 고작 십 문만 쓸 수 있다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이 황당한 규칙은 부자를 혐오하는 연꽃을 따는 여인 소은영이 후부에 들어오면서 생겨났다. 후작 부인인 조서연은 고작 일 문을 더 썼다는 이유로 끌려가 채찍 스무 대를 맞았다. 짝! 채찍이 조서연의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살이 터지는 섬뜩한 소리가 고요한 뜰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부인!" 시녀 홍주가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그만두십시오! 제발 그만두십시오! 부인께서는 몸이 약하셔서 이런 매질을 견디지 못하십니다!" 조서연은 창백한 얼굴로 뜰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고, 몰라볼 만큼 야윈 몸에 걸친 흰옷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땅바닥을 세게 움켜쥔 손은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부의 규칙은 누구도 어길 수 없습니다." 소은영은 소박한 옷차림으로 처마 밑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조서연을 내려다보았다. "일 문을 더 쓰면 스무 대입니다. 후작께서 직접 허락하신 일입니다." 조서연은 용서를 빌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빌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소은영이 후부에 들어온 뒤로 서정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바람에 흩어진 맹세 - 사극 novels & stories
아오
섭정왕(攝政王)의 암위(暗衛)로 살아온 지 구 년째 되던 해. 강채안은 마침내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성남의 허름한 약방, 그녀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은자 열 냥을 내밀고 죽음을 위장할 수 있는 약을 손에 넣었다. “이 약을 삼키면 맥박이 서서히 잦아들다 이레째 되는 날 완전히 숨이 끊어질 걸세. 그리고 사흘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다시 깨어날 거요.” 강채안은 망설임 없이 알약을 삼켰다. 그런 뒤 섭정왕부(攝政王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어깨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는 눈발이 뼛속까지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 감촉 위로 문득 구 년 전의 그 겨울이 겹쳐 들었다. 지독한 굶주림이 온 대지를 집어삼켰던 해. 겨우 일곱 살이었던 그녀는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단돈 은자 다섯 냥에 제 목숨줄을 인신매매범에게 넘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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