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오늘은 거절할 이유 없지? 난 자기를 가지지 못한 지 오래됐어. 내 아이를 가지면 얌전히 있을 거야?”
“우리 애나 몇 더 낳자, 응? 난 불안한 사람이야, 여보. 자기를 붙잡아 두고 싶어.”
이렇게 집착하는 승오를... 하니는 연애 초반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설마 아직도 이럴 줄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육강민이 담담하게 되물었다.
“오빠 때문에 다 잃었는데, 내 사랑을 의심해?”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그저 독점욕 때문에 생긴 집착일 뿐이지.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와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행복을 빌어주는 거야. 넌 한 번도 날 사랑한 적 없어.”
이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 바람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었다.
강박에 가까울 만큼 절박했다.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하준은 관련 자료들을 읽어보며 자각하고 있었다. 이런 집착은 어린 시절 결핍된 애정의 ‘보상 심리’일 수 있다고.
하준은 살아오면서 늘 원하는 것들을 갖지 못했다.
“도윤아... 다음 생엔 이런 아빠를 절대 만나지 말길 바라.”
유골을 다 뿌린 후 나는 끝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대성통곡했다.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널 그냥 놔두고 나오는 게 아닌데...”
반민규는 외투를 내 어깨에 걸쳐주면서 나지막이 위로했다.
“오빠, 화내지 마세요. 제가 괜히 해산물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나서 벌어진 일이에요. 예슬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걸 아닐 테니, 너무 언니를 나무라진 마세요... 엉엉...”
삽시간에 얼굴색이 변한 큰오빠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못된 계집애 같으니라고! 어릴 때부터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거만하고 건방진 사람으로 자란 거야!”
둘째 오빠 한경민의 눈빛에는 더욱 강렬한 분노가 번쩍였다.
시녀 주제에 적국의 황제를 죽여 버렸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황태자가 죽어가는 날 살려주었다.
잔혹한 신은 왜 그가 날 사랑하게 만들었는가.
언젠가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날 죽이겠지.
좋아, 그때까지 어디 한번 운명을 시험해 보는 수밖에!
가장 높은 곳의 남자와, 가장 낮은 곳의 여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옥의 미궁 끝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 - 두 번째 이야기
“한 달 안에는 고독이 발작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
“정상적인 경우, 저의 치료를 받은 후에는 고독이 한 달 안에는 절대 발작하지 않아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작한 것은 저자와 관련 있을 겁니다.”
윤태호는 최남진을 가리키며 조은성에게 말했다.
“저자가 댓잎으로 부는 소리가 어르신 체내의 고충을 조종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