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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언니의 생일에 내가 죽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 남자 친구의 품에 안겨 있었다. 분노에 찬 엄마가 나에게 연거푸 전화를 걸었고 오빠는 눈이 뻘겋게 충혈된 채 메세시지로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년. 왜 그렇게 쪼잔해? 다른 사람 행복한 꼴은 못 보지?]
늘 과묵하시던 아버지도 그때는 크게 화를 내셨다.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기르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다행히 이제 더는 아프지는 않았다.
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어언 1년, 뜸했던 단톡방에서 뜬금없이 나를 태그한 반하준.
[냉전도 이만하면 됐으니까 그만 돌아와. 다시 시작하자.]
나는 쌀쌀맞게 답장했다.
[지금 제정신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이 냉큼 분위기를 파악하고 화해를 종용했다. 반하준이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내가 없는 동안 뭘 하고 지냈어?]
나는 아기를 토닥이는 다정한 남편을 슬쩍 보고는 답장을 보냈다.
[산후조리 중.]
시끌벅적하던 단톡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반하준이 108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나는 싸늘하게 외면했다.
한때 그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자는 이제 그의 곁에 없었다.
2년 전, 어머니는 나와 남자친구를 억지로 갈라놓고 동생 대신 그녀의 눈먼 약혼자와 결혼하게 했다.
2년 후, 내 남편이 갑자기 시력을 회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또 남편을 동생에게 양보할 것을 강요했다.
아버지는 나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
“잊지 마, 차유진. 준혁이는 원래 유라 약혼자였어. 네 주제에 강씨 집안 며느리가 가당키나 해?”
뭐가 됐든 난 곧 죽을 몸이다. 어느 집안 며느리 건 중요하지 않았다.
죽기 전에 나는 그들이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꼭 보고 말 것이다.
남편의 컴퓨터를 닦아주다 나는 실수로 파일 하나를 열게 되었다. 안에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수위를 가진 영상이 만 개 남짓하게 들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남편과 여태 결혼하지 않은 친구 윤아였다.
내가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몸을 상해 더는 잠자리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며 플라토닉 연애를 하자고 했고 그렇게 40년간 내게 손도 대지 않았다.
반평생 그를 위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살아온 내게 돌아온 건 완벽하게 포장된 거짓말뿐이었다.
옆집에 잘생긴 남자가 이사 온 이후로 내 방에는 자주 이런 소리가 들린다.
상황이 치열한 건 둘째 치고 한번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반나절은 걸린다.
목소리를 낮추라고 몇 번이나 벽을 두드렸지만 그럴수록 소리가 더 커질 줄이야.
나를 화나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지.
곧장 달려가서 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봐도 되는 건가 이걸?
내 입을 막겠다고 죽이지는 않을지...
이혼 전, 송해인에게 서강빈은 무능력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혼 후 서강빈은 최고의 신의가 되어 엄청난 권세와 부를 누리게 되었다.
송해인은 자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모든 것들이 서강빈이 준 것이라는 걸 몰랐다.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것들은 서강빈에게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평범한 것이 죄라면, 당신이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는 존재가 되어 주겠어.
남편의 첫사랑이 유산을 하자 그는 모든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씌웠다. 그리고 내 딸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네 탓에 지유가 유산한 거야. 그러니까 네 아이를 내놓아야지. 지유가 겪은 슬픔은 네가 백배로 갚아야 해!”
내가 도망칠까 봐 그는 거의 죽어가는 나를 지하실에 묶어두고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넌 속이 좁고 질투심 많아. 지유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뉘우칠 줄 알아야지. 여기서 반성이나 해!”
7일 후, 그의 첫사랑이 아이가 시끄럽다며 짜증을 내자 그제야 나를 떠올렸다.
“애를 돌려보내자. 그리고 그 여자가 정신 차렸는지 봐봐.”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가 이미 부패해 악취를 풍기며, 벌레들에게 거의 다 먹혀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