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이는 은재에게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지금 말리지 않으면 은재가 맨몸으로라도 집을 뛰쳐나갈 기세라 서둘러 노트북 앞에 앉았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망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찾았다! 여기 루나(Luna)라는 카페겸 라이브 바예요. 지도 보니까… 세상에, 진짜 멀긴 하네. 완전 구석진 바닷가 마을인데요?”
“그렇다면 더 쉽게 풀리겠어. 이 여자는 미혼모에다 방탕한 생활을 한 사람으로 몰아가면 돼.”
“아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하면, 더 큰 죄목이 될 테니까.”
‘하지만 심재현, 예전에 네가 내게 간곡히 부탁해서 낳은 아이가 바로 심하루야.’
엄하연은 진준규를 붙잡고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 뻔뻔한 놈,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전무 자리에까지 올려놨더니 감히 나를 배신해? 내 돈으로 상간녀나 데리고 다니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우리 집안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번엔 정말 가만두지 않겠어.”
능숙하게 성벽을 넘은 그림자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야산 속으로 사라졌다.
산길을 탁탁- 딛는 발소리가 처량하게 울렸다.
통금 시각을 넘어 남몰래 움직이는 그림자. 절대로 떳떳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뒷골목 왈패, 곰보였다.
곰보는 몇 식경이 흐르는 동안 고개를 타 넘고, 시냇물도 여럿 건넜다.
“저도요. 문지기랑은 말 안 섞을래요. 흥.”
노인은 이를 갈며 이도현을 노려봤다.
“됐다, 됐어. 너랑만 얘기할게. 꼬마야, 잘 들어. 무도 대륙으로 가려면 반드시 천문을 통과해야 하고, 천문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아니야. 네 실력으로 열고, 네 실력으로 지나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