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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의 칼날

햇빛 속의 칼날

옥에서 오 년간 고초를 겪은 끝에 정시월은 마침내 풀려났다. 옥문이 열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바로 서정호였다. 그는 검은색 친왕 예복을 걸친 채 윤기가 흐르는 준마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꼿꼿한 자태는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았다. 하지만 정시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한 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정시월은 시선을 거두고 상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말 옆을 돌아 그대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창을 든 호위병 무리가 양옆에서 갑자기 몰려나와 정시월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 정시월은 성지를 받들라!" 정시월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인 정시월은 과거 육황자를 해친 죄가 명백하며, 증거 또한 확실하다! 본래라면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하나, 그 아비인 정택 장군이 과거 세운 전공을 참작하여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옥에 오 년간 가두는 것으로 형을 감하셨다!" "이제 형기가 끝났으나, 한비마마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오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옥에서 성문까지 십 리에 걸쳐 붉게 달군 숯을 깔았으니 죄인 정시월은 맨발로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명한다. 그래야만 육황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죄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십 리의 숯불 길을 맨발로 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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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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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기나긴 길

나를 찾는 기나긴 길

유성준이 나가고 문이 닫힌 찰나, 채 꺼지지 않은 그의 휴대폰 화면이 깜빡거리며 그가 보낸 문자 옆에 새빨간 느낌표가 달렸다. 우아한 음악 소리와 함께 버진 로드 끝에선 유성준은 깊은 사랑의 눈길을 하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구나린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구나린은 긴 치맛자락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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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터닝포인트

“자, 이제 출발합시다!” 손호명의 외침과 함께 사람들의 기운이 확 달아올랐다. “간다!” 순간 신예린이 번개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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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봄날

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 차우미는 습기가 가득한 돌길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는데 멀쩡한 길에서 넘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자기가 무언가 미끄러운 것을 밟았다는 느낌에 중심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뒤로 넘어지게 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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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

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

학교에서 교수님을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돈을 좀 벌어놨던 나는 온라인에서 떠도는 영상을 따라 감자 칩 통에 금목걸이를 넣어 새엄마인 한지우 여사님에게 선물했다. 새엄마가 감동하여 울고 있을 때 나는 창문 유리를 통해 우리 쪽을 보고 있던 엄마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몸은 안 본 새에 많이 야위어져 있었고 전처럼 강해 보이지도 않았기에 나는 엄마를 만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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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 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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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도범 저 녀석이 나보다 먼저 통과했다고? 임호진은 이제 막 환상에서 깨어났는데, 도범은 이미 180미터 높이에 도달해 다음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임호진의 얼굴은 검은 먹물처럼 어두워졌고, 두 눈으로 도범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임호진은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도범이 자신보다 빨리 통과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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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악연

우연과 악연

스님은 통역사를 보며 몇 마디 했다. “이 반지는 꾸만통, 그러니까 태국의 민간 신앙에서 모시는 신 중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신을 꾸만통이라고 합니다. 이건 그 꾸만통을 제물로 바쳐 만든 반지입니다. 지해일 씨 손에 있는 건 분신이고 본체는 따로 있을 거라고 합니다. 분신이 지해일 씨와 매일 밤낮을 함께 하고 있으면 본체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는 지해일 씨가 머릿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꾸만통의 주인은 모든 걸 전달받게 되는 거죠. 시간이 오래 지 나면 지해일 씨는 자아를 점차 잃게 되고 생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꾸만통의 마리오네트가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해일 씨 목숨도 위험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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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거짓말

구름 위의 거짓말

더 이상 결정하지 않으면 불타는 고통과 급속히 떨어지는 공포를 동시에 겪어야 했다. 나는 고통스럽게 임신한 배를 쓰다듬었고 눈물은 시야를 가렸다. “아가야, 이번 생은 엄마가 정말 미안하구나.” 나는 마지막으로 짧은 문자를 보내고 몸을 던졌다. [이제 끝이야, 너희 잘 살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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