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
함께 살려고 마련했던 신혼집 계약을 해지하자 부동산 중개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계약금까지 다 냈잖아요. 예비 신랑분 돌아오시면 같이 서명하시지 그래요?”
나는 웃으며 열쇠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안 기다릴래요. 그 사람은 첫사랑이랑 스키 타러 가야 하거든요.”
연애한 지 5년. 강도현은 해마다 겨울이면 일본에 갔다.
출장이라고 했지만, SNS에 올라오는 건 후지산의 눈 덮인 봉우리뿐이었다.
신혼여행은 언제 가느냐고 물을 때마다 도현은 ‘다음에’라고 했다.
그러다 어제, 집에 두고 간 도현의 낡은 카메라에서 사진 수백 장을 발견했다.
같은 여자, 같은 구도, 같은 배경...
벚꽃과 흰 눈, 그리고 후지산...
내가 강도현과 함께 멀리 나가 본 건 옆 도시로 신혼집을 보러 갔을 때가 전부였다.
그날 강도현은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우리는 그런 겉치레 하지 말고, 착실하게 살자.”
내 손으로 직접 꾸민 신혼집을 바라보다가, 나는 끝내 무너져 소리 내 울고 말았다.
중개인이 조심스럽게 펜을 내밀었다.
“그래도 계약 해지하실 건가요?”
“네, 해지할게요.”
나는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퇴사 신청도 이미 승인됐다. 오늘이 이 도시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후지산이 내게 올 일은 없지만, 나는 멀리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