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춤, 평생 단 그 사람
박연휘는 하룻밤 사이 나를 여덟 번이나 취했다.
아홉 번째, 내 허리를 움켜쥔 채 만족감에 잠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채령아, 지금 그 청초하면서도 요염한 모습으로 구진명을 유혹하거라."
온몸이 굳었다.
그제야 알았다.
박연휘가 가슴에 품어 온 첫사랑이 구진명에게 파혼당해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박연휘는 내게 송연화를 대신해 복수하라고 지시했다.
구진명도 사랑하는 이에게 헌신짝처럼 버림받는 기분을 맛보게 하라고 했다.
그해 서씨 가문이 죄를 얻어 재산을 몰수당한 뒤, 나는 교방에 매인 비천한 신분으로 전락해 가장 보잘것없는 무희가 되었다.
그런 나를 거금을 들여 빼내 후작가의 별저에 들인 사람이 박연휘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내가 남다른 존재라고 믿었다.
누구보다 오래 그의 곁을 지켰으니까.
하지만 박연휘는 비웃었다.
"널 곁에 둔 건 네 눈매가 연화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이고, 품어서는 안 될 모든 기대를 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옥처럼 서늘한 탐화랑 구진명은 내게 완전히 빠진 남자가 되었다.
그러자 박연휘는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충혈된 눈으로 내게 매달렸다.
"서채령, 지난 일 많이 후회한다. 돌아와 주면 안 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