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다 져도 너는 오지 않았다
냉전 3일째, 약혼자인 정승현은 자신의 비서 임세라가 제안한 드라이브 여행을 내가 보란 듯이 받아들였다.
정승현은 내가 예전처럼 질투하며 속을 긁을 줄 알았지만, 한 달 만에 돌아와 보니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정승현이 임세라를 위해 내 프로젝트를 빼앗았을 때, 나는 홧김에 사직서를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발 벗고 나서서 기획안까지 대신 써 줬다.
임세라에게 연말 보너스를 주려고 내가 공들여 완성한 설계를 망쳐 놓았을 때도, 나는 더 이상 나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쏟아지는 오명을 다 뒤집어쓰고 그에 따른 처분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임세라를 파격 승진시켜서 이사 자리에 앉히겠다고 할 때조차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가진 지분을 전부 내놓고 정승현더러 알아서 나누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연이어 지속되자, 임세라는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 있었다.
“제 말이 맞죠? 지원 씨 같은 성격은 세게 나가면 안 되고 차갑게 식혀야 먹혀요.”
“며칠 떠나 있었던 게 효과가 있었던 거예요. 대표님을 잃을까 무서워서 저렇게 순해진 거죠.”
정승현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임세라가 똑똑하다며 연신 칭찬했다.
그러고는 나를 따로 불러서 승진과 연봉 인상을 약속했고, 처음으로 잊지 못할 결혼식을 치러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여행을 다니는 동안 자신이 내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