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향
“형님께서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널 죽이고 태자 자리를 빼았는 것이어도 말이냐?”
“그걸 원하신다면 그리 하십시오.”
하얀 얼굴에 떠오른 미미한 미소가 거슬렸다. 우는 표정에 가까워서 더 그랬다.
현덕은 더이상 저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졌다. 네 얼굴에 어울리는 표정은 그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곁에 있는 한 네 표정은 항상 그러하겠지.
현덕은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미소가 저 아름다운 얼굴에 떠오를 수 있도록 이연의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월식이 일어나는 날 궁을 떠나겠다.”
쇳소리가 섞인 미련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미 저주는 사라졌을텐데, 내 지저분한 목소리가 칼날이 되어 심장을 찌른다. 네가 끝내 풀어주었건만, 저주의 고통이 버릇처럼 고인 이 몸뚱이는 끊임없이 너를 갈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