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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일

네가 모르는 일

2년 전, 김서준이 실명한 첫 달에 나도 마침 희소병 진단을 받았었다. 전 세계에 발병률이 5퍼센트도 안 되는데 일단 이 병에 걸리기만 하면 8년 안에 모든 기억을 점차 잃게 되고 식물인간처럼 혼미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기댈 곳 하나 없으니 아무도 내 존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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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속의 비명, 복수의 시작

창고 속의 비명, 복수의 시작

아빠가 먼저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 또한 깜짝 놀랐다. 내가 물건을 들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날아가서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악! 귀신이야!” 송예린이 갑자기 그림자를 보고서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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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도플갱어

안녕, 나의 도플갱어

방금 전까지 빗줄기를 뚫고, 품 안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꼭 감춘 채 해맑게 손을 흔들던 현우의 실루엣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높은 버스 창문에 매달린 은재의 눈앞엔 오직 죽음처럼 회색빛인 장대비만이 유리창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완벽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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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그녀

존재하지 않는 그녀

“저기, 우리 반에 구진희라는 여자애가 있다는 것을 알아?”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구진희... 생각났다! 전에 그 커닝했던 여자인데 걔는 왜 물어봐? 새로 전학 온 거 아니었어? 이 사람을 모를 텐데, 이미 죽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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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그림자

잿빛 그림자

“아버님, 어머님 오셨어요.” 윤숙희는 나를 흘겨보며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직설적으로 말했다. “듣자 하니 승진했다던데 월급은 안 올랐나? 나이 서른이 넘도록 저축도 없이 무슨 일만 생기면 처남한테 돈 달라고 하니 참으로 너무 한심하네. 벌레가 용이 될 리 없잖아. 그러니 남들처럼 투자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게. 그래서 난 처음부터 청아가 자네 같은 무능한 남자랑 결혼하는 걸 반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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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의 귀환

왕녀의 귀환

“허나, 왕부에서 하인을 보내면 될 일을, 굳이 따로 전하실 이유가 있을까요?” 이추생이 묻자 소은이 대답하였다. “실은, 그 약재는 궁에서도 없는 귀한 물목입니다. 이름하여 부생몽이라 하는데, 세상에 고작 한두 가닥 있을까 말까 한 것이지요. 무신의께 따로 청하였으니, 혹여라도 다른 이들이 그걸 눈여겨보면 시샘이 날까 염려되어, 왕부에 있다는 사실도 감추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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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숨은 진실

어둠 속에 숨은 진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허지성이 공명했던 그 작품들은 전부 조유경의 것을 베낀 도작들이었다. 허지성은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들을 시켜 수집실의 그림들을 모조리 마당으로 들고 나오게 한 뒤, 불태워서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렸다. 검은 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허지성은 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후회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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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소유

악마의 소유

무시한 작은 디테일이 치명적일 수 있고, 그것이 구원이 되거나 진실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다시 화면을 바라보며, 영상을 나가고 이메일로 돌아가 텍스트를 훑었다. 맨 아래, '캐스피언'이라는 이름이 굵게 적혀 있었다. "이 친구… 그녀가 이 병든 게임에 가담한 게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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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마지막 비밀

우리 사이의 마지막 비밀

네 번째 시험관 시술의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던 날. 출장을 간다던 남편 진성용이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산부인과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자의 배는 금방이라도 아이를 낳을 듯한 만삭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진성용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여자를 제 등 뒤로 감추며 말했다. “여보, 우리 집안에는 대를 이을 아이가 필요해. 아이만 무사히 태어나면...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진성용이 말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런데도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알았어.” 너무도 순순한 대답에 오히려 진성용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에 쥐고 있던 검사 결과지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태어난 날. 나는 진성용에게 이혼 서류 한 장만 남긴 채, 이 남자의 세상에서 완전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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