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혼약, 다시 찾은 삶
나와 절친한 벗은 경성의 귀한 집안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성정이 정반대인 것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혼례복을 세 번이나 찢어 버릴 만큼 혼인을 거부했고, 명문가들 사이에서는 혼인할 뜻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불문에 귀의해 평생을 보내겠다고 맹세했다.
반면 나는 몰락한 후작 가문의 세자와 팔 년째 혼약을 이어 오며, 어른들 눈에는 더없이 얌전하고 반듯한 예비 신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궁중 국화 연회에서 그녀가 술기운을 빌려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내가 아무래도 미친 모양이구나.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수 음식을 지어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이런 성정까지 이해해 주니 참으로 기쁘구나."
나는 웃으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고 축복했다.
"네가 원한다면,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기를 빌어 주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녀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꽃가지를 마음에 둔 사내에게 건네게 했다.
그때 병풍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 줄 알고, 곁채에 네가 좋아하는 과자를 따로 준비해 두었다."
나는 그 자리에 굳었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순간, 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내가 팔 년을 기다렸고 다음 달이면 나를 부인으로 맞이할 세자였다.
늘 자유만을 바라던 그녀는 어느새 마음을 줄 사람을 찾은 뒤였다.
모든 일이 지나고 나니, 결국 홀로 남은 것은 나였다. 돌이켜 보니, 지난 팔 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