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얼굴이 바뀌던 날
나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나는 사람을 만질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
7살 때, 한민준이 우리 옆집으로 이사 온 그날부터 마음속엔 오직 나뿐이었다.
18살, 한민준이 내 손을 잡던 순간에도 나였다.
22살, 한민준이 내게 청혼할 때도 나였다.
신혼 첫날밤, 한민준이 내게 입 맞추던 그 순간까지도 분명 나였다.
결혼 3주년 되던 날 아침, 나는 한민준의 넥타이를 매만져 주고 있었다.
손끝이 한민준의 목젖에 스치는 순간, 나는 습관처럼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하나는 내 얼굴이었고, 다른 하나는 낯선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날 밤, 한민준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오늘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요.]
21년, 그리고 수만 번의 손길.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어긋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