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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루시퍼

앙젤 집 밖으로 조금 외출할 기회다. 우리는 방금 착륙했다. 완전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 남편이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함께 내린다. 날씨는 어둡고, 비가 올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알렉스가 나를 꼭 껴안는다. 나는 약간 춥다. 우리는 리무진에 올라탄다. 나는 그에게 바짝 붙고, 그가 나를 팔로 감싼다. 우리는 그의 소유지에 도착하기까지 긴 길을 달린다. 배경은 역사적이다.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공간은 축구장 처럼 거대하다. 우리는 차에서 내린다. 그가 직접 우리를 맞이하러 온다. 적어도 그가 그 사람인 것 같다. 그는 마치 장군처럼 걷는다. 그런데 그는 젊다. 장군이라고 하면 육십 대쯤 된 남자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는 삼십 대 초반 정도밖에 안 된 것 같다. 그는 정말로... 단어를 찾고 있다... 매우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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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터닝포인트

대형 스크린에 문제가 뜨자 동시에 사회자가 낭독했다. “사람 몸에서 가장 긴 신경은 무엇일까요?” ‘띡.’ 빨간 버튼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눌렸다. “가장 먼저 버튼을 누른 건 여도준 학생이네요! 자, 정답은요?” “미주신경입니다.” “정답입니다! 1점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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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은쟁반 위에 정교하게 계산되어 서빙된 냉혹한 복수의 원칙. 화장을 바르는 내 손은 떨리지 않는다. 안정적이다, 수술하듯. 루즈는 유일한 색채, 대리석 같은 얼굴 위에 선명하게 베인 핏자국. 쪽진 머리는 너무 꽉 조여 관자놀이 피부를 당긴다. 날카롭고 낯익은 고통, 내가 여기, 이 순간, 한때 그들의 표적이었던 이 몸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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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굿나잇

엇갈린 굿나잇

정인우에게는 8년째 고수해온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 시간은 늘 딱 3분이었다. “채연이가 불면증이 심해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했어.” “근데 왜 하필 너야?” “그때 그 사고... 채연이가 나 대신 다쳤잖아. 그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8년이라는 세월, 2900번이 넘는 3분.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음을 넓게 먹자, 제발 그러자며 스스로를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모른다. 결혼 3주년이 되어서야 정인우는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들의 뒤늦은 신혼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정인우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이채연이 보낸 영상이었다. 화면 너머, 그녀는 우리 부부의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잠옷을 입고, 내 베개를 벤 채로 카메라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오빠, 오늘은 딱 1분만 더 통화하면 안 돼?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전화할 시간까지 딱 3분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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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억

천년의 기억

차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사람들이 바쁘게 걸었고, 신호등이 규칙적으로 색을 바꾸었다. 그 모든 질서정연한 흐름 속에서 도진만이 유독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전화가 울렸다. 짧고 명확한 진동. 그는 한 박자 늦게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비서의 이름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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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인생

절정인생

한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볼 필요 없어. 내가 만든 단약의 순도는 98%에 불과해. 내가 졌어.” “그럼 이게 무슨 뜻이죠? 아직도 날 제자로 삼으려는 거예요?” “네가 어떻게 한 건지 알고 싶어. 9분 11초, 이건 완전히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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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두 번

하비 프레스콧 - 보스턴 위스키 잔이 대리석 테이블 위에 꼭 마흔삼 분 동안 손대지 않고 놓여 있다. 매캘런 18년산. 동일한 크기로 깎은 얼음 세 개. 배커랫 크리스탈 가장자리를 따라 맺힌 물방울이 나무 표면에 완벽한 원을 남기며 얼룩을 만든다. 평소 같으면 이성의 한계를 넘어 나를 짜증나게 할 결함이다. 오늘 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밤에는 물자국보다 더 큰 문제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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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작

“아니, 몇 년도냐고?” “2011년3월25일, 금요일이야.” 재욱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너 내일이 네 생일이라고 얘기했었잖아. 잊어버렸어?” ‘2011년?’ 나는 놀라서 멍하니 있다가 허벅지를 꼬집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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