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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로맨스 단편 소설 & 후회남 소설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긴, 후회남이 등장하는 매력적인 반전 로맨스 단편 소설 컬렉션을 발견해 보세요. 한 시간짜리 단편 소설과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에게 완벽합니다.
이 사랑을 폭파한 건 너야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고슴도치
내 남자친구는 경찰이다. 내가 납치범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을 때 몸에 지닌 폭탄은 타이머가 10분으로 세팅된 상태였다. 놈들은 나더러 남자친구에게 전화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정작 통화가 연결된 후 다짜고짜 욕설이 울려 퍼졌다. “반서윤, 너 진짜 왜 이러냐?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젠 하다 하다 사람 목숨 갖고 장난쳐? 인아네 고양이가 사흘이나 나무에 매달려서 내려오질 못해! 인아가 그 고양이를 목숨처럼 아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구조하는 데 방해하지 마. 확 살인범 만들어버릴라!” 전화기 너머로 간드러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고마워. 오빠가 짱이야.” 이 여자가 바로 내 남자친구의 소꿉친구 오인아였다. 폭탄이 폭파하기 직전, 나는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한 통 보냈다. [이만 안녕, 다음 생에서도 영원히 보지 말자.]
늦은 겨울, 늦은 봄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한청
“안희주 씨, 개인 신상정보를 전부 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하면 안희주 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아무도 찾지 못할 겁니다.” 잠깐 침묵하던 안희주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무도 절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이내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보름 정도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해당화 피는 계절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상강
최도진과 연애한 지 어언 3년이 되었음에도 최도진은 나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내 의붓동생에게 한눈에 반했고 대놓고 따라다니며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봐도 나는 울지 않았고 전처럼 놀다 질리면 다시 돌아오겠지 생각하면서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가 줬던 선물을 버리고 몰래 산 웨딩드레스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최도진의 생일날 나는 몸만 챙겨 혜민시를 떠나버렸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갑자기 최도진에게서 문자가 왔다. [왜 아직도 안 와.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어.]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씹은 뒤 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해버렸다. 최도진은 모른다. 내가 보름 전에 대학교 선배였던 강윤우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고 새로운 도시에 발을 디디면 나는 선배와 결혼할 것이다.
날 내연녀로 만든 남편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하얀
병원에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자랑삼아 남편 이야기를 꺼내기에 귀 기울여 보니, 남편이 유명한 사업가 강준영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내 남편 역시 유명한 사업가 강준영이었다. 그 여자는 남편이 지방으로 회의하러 간 바람에 함께 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남편 또한 지방으로 출장을 떠난 상태였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음을 추스르며 앉아 있다가, 결국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가 임신중절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 후에 이혼을 제기했을 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 두 사람은 여태껏 혼인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특별한 사람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초원
이민한 지 5년째 되던 해, 남편 강태준은 바로 예전에 사랑하던 여자와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하나와 지혁이 우리 집에서 한동안 지낼 거야.” 이 때문에 나는 그와 크게 싸웠다. 내 생일날, 태준은 이혼 서류를 내 앞에 내밀며 재촉했다. “빨리 서명해, 하나 이곳의 영주권이 필요해. 우리 먼저 가짜 이혼하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분명히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태준은 나보고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다고 꾸짖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하나가 올린 게시물 보았다. [태준은 나와 아이를 위해 이혼했어요! 드디어 발붙일 곳이 생겼어요.] 나는 말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이혼 서류에 서명한 후 회사에 귀국 신청을 했다.
사랑은 바람처럼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사은
우연한 기회에, 나는 남편 배은석의 충격적인 비밀을 알아버렸다. 집 안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숨겨진 초소형 캠코더들. 그것들은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남편이... 오랫동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 숨이 턱 막혔고,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걸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다. 나는 일부러 외출하는 척 문을 나섰다가, 조용히 돌아와 수납장 속에 몸을 숨겼다. 어둠 속,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였다. 곧,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낯선 웃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남편과 내연녀. 그들의 비밀스러운 대화가, 내 모든 것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빨리 하자, 우희의 치료 시간은 겨우 20분이야.” 헐떡이는 남편의 목소리. 이어지는, 나긋하지만 비릿한 여자의 웃음. “뭐가 그렇게 두려워? 어차피 눈이 반쯤 먼 사람이잖아.” 그 순간, 나는 온몸이 서늘하게 굳어갔다. 그러나 바로 그때- “네가 우희를 비난할 자격이 없어!” 거실에 울려 퍼진 남편의 분노 섞인 외침. “우희는 내 유일한 아내야. 분수를 모른다면 당장 꺼져!”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나를 속였던 남편조차 정작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었다. 내 눈은 이미 완치되었고, 정상인과 다름없다는 것. 나는 조용히 수납장의 문을 밀어 열었다. 그리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단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M국으로 갈게요.”
비 온 뒤 맑음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봉소안
윤서진과 배도현이 결혼 3주년 기념일을 맞던 날, 배도현은 친구들을 불러 모아 축하 파티를 열었다. 다만 윤서진이 들뜬 마음으로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배도현이 글쎄 어릴 적부터 줄곧 마음에 품어왔던 첫사랑 최지영 앞에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하는 것이었다. 윤서진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에게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그냥 게임 중에 벌칙 하는 거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어쨌거나 남편인지라 이 말을 믿어주려 애썼거늘 배도현은 첫사랑을 위한답시고 임신한 그녀를 계단에서 밀어뜨렸다. 아이는 유산되었고 윤서진도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배도현에게 다섯 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어느덧 기회가 전부 소진되었다. “배도현, 우리 그만 이혼하자.”
버림받은 약혼녀의 결혼 선언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생이
나는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지웠다. 약혼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강태준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첫사랑 서유리와 뜨겁게 얽혀 있었으니까. 서유리에게 집에 돌아온 듯한 기분을 주겠다며, 강태준은 내 안방을 비워 서유리에게 내주었다. 심지어 원래 우리 약혼식이었어야 할 자리까지 서유리의 귀국 환영회에 내주었다. 강태준은 내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뒤돌아 약혼드레스를 싹둑 잘라 버리고, 다른 맞선 상대와 결혼하겠다고 답했다.
특별 관리 대상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세븐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내 첫사랑은 대학을 졸업하면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첫사랑은 예식장에 늦게 도착했다. 사람들이 첫사랑을 찾아냈을 때, 그 사람은 호텔 침대 위에서 내 ‘동생’ 고미나와 뒤엉켜 있었다. 수많은 시선이 쏠린 자리에서 부민그룹 후계자 부시언이 앞으로 나섰고, 오래전부터 나를 마음에 품어 왔다고 모두 앞에서 밝혔다. 결혼한 지 5년 동안, 나는 부시언이 내가 했던 말을 마음속에 빠짐없이 고이 간직한다고 생각했다. 부시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다 집안일을 하던 날, 우연히 부시언 서재 책상 깊숙한 서랍에서 기밀 문서 한 묶음을 발견했다. 첫 장에는 고미나의 이력서가 놓여 있었다. 이력서 상단에는 부시언의 글씨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특별 관리 대상.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 뒤이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병원 의료진 배치표가 나왔다. 날짜는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바로 그날 밤이었다. 그날 나는 부민그룹 산하의 병원으로 실려 갔다. 하지만 수술은 한참이 지나도록 시작되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과다출혈로 뱃속의 아이를 잃은 뒤였다. 나는 부시언의 품에 안겨 목이 쉬도록 처절하게 울었다. 하지만 끝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부시언이 더 마음 아파할까 봐.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그날 밤, 고미나도 다쳤다는 것을. 그리고 부시언이 병원에 내린 지시는 바로 이것이었다. 가용 가능한 교수들과 의료진을 모두 투입해 고미나를 최우선으로 치료할 것.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져 글자들이 흐려졌다. “내가 당신의 최우선이 아니라면, 나는 당신의 세상에서 이만 사라져 줄게.”
늦은 후회의 대가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이리
세계 최상위 재벌 서해진은 일에 미쳐 있는 걸로 아주 유명한 워커홀릭이다. 강새롬은 서해진과 결혼한 지난 5년 동안, 일 때문에 수없이 버림받았다. 첫 번째는 그녀의 생일날이었다. 정성껏 레스토랑을 골라 예약했지만 서해진은 인수합병 건 때문에 급히 해외로 떠나버렸다. 강새롬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기다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번째는 그녀의 교통사고 날이었다. 강새롬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라 보호자의 서명이 필요한 상황,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서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한마디 답변이었다. “나 지금 미팅 중이야. 중요한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처리해.” 세 번째는 그녀의 아버지가 위독했을 때였다. 나이 든 어르신이 마지막 한 가닥의 숨을 붙잡고 사위를 보고 싶어 했지만 서해진은 조원짜리 프로젝트 계약 건 때문에 끝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했다. 점점 차가워지는 아빠의 손을 붙잡고 있던 강새롬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끊긴 신호 연결음에 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강새롬은 마침내 깨달았다. 서해진의 마음속에는 그 어떤 일도, 그 누구도 비즈니스보다 우선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소피온
지태하의 부계정에 올라온 ‘오랜 이별 끝의 재회’일기를 발견하고서야, 안제인은 결혼한 지 3년이 된 남편이 줄곧 자기 여동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제인이 길어야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 지태하는 첫사랑의 귀국을 축하하는 모임이 열린 샤브샤브 식당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었다. 안제인의 전화를 본 지태하는 핸드폰을 조용히 뒤집어 식탁 위에 엎어 두었다. 지태하는 말했다. “나경이가 이번에 어렵게 돌아왔잖아. 이번 달은 내가 나경이 곁에 좀 있어 줄게.” 항암 치료를 받고 토하다가 정신을 잃은 날, 지태하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경이와 모교의 나무길을 걸었다. 어제 일처럼 모든 감정이 되살아났다.] 안제인이 눈앞에서 피를 토할 만큼 아파했을 때도, 지태하는 급히 자리를 떴다. “나경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아프대. 내가 데리고 병원 좀 다녀올게.” 그해 12월 31일 밤, 안제인은 병실에서 혼자 숨을 거두었다. 그때 지태하는 ‘가족’이라는 사람들과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 아래에서 기념하는 잔을 들고 있었다. 숨을 거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안제인은 운명의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지태하는 붉어진 눈으로 빗속에 뛰어들어 안제인을 붙잡으려 했다. “이번 생에는 절대 널 저버리지 않을게!” 안제인은 담담히 몸을 돌렸다. “비켜 주세요. 지태하 씨의 이번 생에 저는 함께하지 않을 겁니다.”
양수 터져도 참아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버거요정
임신 8개월 차, 양수가 터진 날은 하필 남편이 입양한 아들, 박시우의 생일이었다. 내 아이가 그 아이의 생일과 겹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자정이 넘어야 출산할 수 있다며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나를 차가운 지하실에 가두었다. 박태준은 음울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진나미, 정말 대단해. 하필 시우 생일에 맞춰 애를 낳으려고 하다니.” 나는 축축한 바닥에 엎드려 양수로 흠뻑 젖은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당장이라도 아이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공포에,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큰일이 나겠다는 절박함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서린 것은 걱정이 아닌, 비릿한 실망감이었다. “아직도 날 속이려고? 양수 좀 터졌다고 바로 애가 나오는 줄 알아? 의사한테 다 들었어. 사흘을 버티다 낳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이미 박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시우랑 생일까지 겹치게 해서 네 입지를 더 굳히겠다고? 정말이지, 머리 굴리는 데는 도가 텄어.” 나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절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 배 속의 아이도 당신 아이잖아! 태준 씨, 제발 부탁이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나 좀 살려줘. 아기만 무사히 낳을 수 있게 해 준다면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내 애원에 박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잔인하게 읊조렸다. “가증스럽게 밀당할 생각 마. 자정 넘길 때까지 여기서 조용히 기다려. 그럼 약속대로 병원 보내줄 테니까. 네가 아이만 무사히 낳는다면 박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확실하게 보장되는 거야.” 그 후 내가 극심한 자궁 수축 통증으로 비명을 지를 때조차 박태준은 시끄럽다며 박시우 모자를 데리고 밖으로 생일 파티를 하러 가버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내 존재를 겨우 떠올린 그가 아들인지 딸인지 물었을 때, 비서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사모님은... 떠나셨습니다.”
사랑은 착륙하지 않았다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깃나래
심건하는 8년째 조종사로 비행 중이었다. 심건하가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기까지, 나는 늘 이 남자의 곁을 지켰다. 심건하가 가장 바쁘던 해에 나는 내가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남편의 비행 일정에 맞춰 매일 밥을 차리고, 그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딱 한 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만, 당신이 보는 하늘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정말 한 번이면 돼.” 심건하는 젓가락질조차 멈추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거긴 일하는 곳이야. 놀러 가는 데가 아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 뒤로 다시는 묻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심건하의 핸드폰 갤러리에서 우연히 ‘비밀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앨범 안에는 사진이 40 장 넘게 들어 있었다. 전부 조종석에서 내려다본 풍경이었다. 구름바다, 노을, 비가 갠 뒤 떠오른 쌍무지개, 높은 하늘 위로 번진 은하수. 그 사진들은 모두 같은 사람에게 보내져 있었다. 저장명은 곰돌이 이모티콘 하나. 가장 최근에 저장된 사진은 사흘 전에 찍은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비행기 날개 끝에는 반쯤 기운 해가 걸려 있었다. 심건하가 덧붙인 말은 이랬다. [오늘 것도 참 예뻐. 다음에 오면 조종실의 오른쪽 관찰석에 앉아. 거기가 제일 잘 보여.] 상대는 포옹 이모티콘 하나와 함께 짧게 답했다. [내가 휴가 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나는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았고, 앨범도 지우지 않았다. 날이 밝자 평소처럼 조용히 커피를 내렸다. 조용히, 끝까지 마셨다. 그런 다음 노트북을 열어 사직서를 썼고, 달운시로 가는 항공권을 한 장 예매했다. 8년이었다. 이제 더는 심건하의 비행 일정에 맞춰 밥때를 맞추지 않기로 했다. 빈집에 혼자 남아 그가 어디쯤 날고 있을지 짐작하지 않기로 했다. 심건하가 바라보는 하늘에 내가 없다면, 이제 나도 이 남자를 기다리는 대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노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날 밤, 동거울이 진실을 비췄다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지당
신혼 첫날밤, 나는 화장대 위에 놓인 동거울을 통해 뜻밖에도 오십 년 뒤의 나를 보게 되었다. 거울 속 백발의 할멈이 있는 곳도 분명 후작부였다. 나는 얼굴을 붉힌 채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오십 년 뒤의 저는 부군과 자식들,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화목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백발의 할멈은 어두운 침상 곁에 기대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렇게 바랜 초상화 한 장이 그녀의 소매에서 미끄러져 발치로 떨어졌다. 나는 수줍게 물었다. "이건 신혼 첫날밤에 명재가 제게 그려 준 초상화입니까? 우리 둘이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자고 약조했는데..." 그제야 할멈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천천히 거울 앞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에 떨어진 초상화 속 여인은 다름 아닌 내 절친한 벗, 임수화였다. 순간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러자 오십 년 뒤의 나는 처절하게 웃으며 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사실 임수화는 네 신혼 첫날밤에 누군가에게 끌려가 욕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네가 서명재를 붙잡아 두는 바람에, 그는 그 일이 네가 꾸민 짓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지. 그렇게 오십 년 동안 너를 원망하고 괴롭혔다. 심채연, 진실은 미리 알려 주었으니 오늘 밤 서명재가 임수화를 찾으러 나가려 할 때, 막을지 말지는 네가 직접 선택하거라."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물결
소지연은 마침내 최재빈이 자신을 사랑할 일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더는 헛된 기대에 매달리지 않기로 한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아들 최유안의 손을 잡고 최재빈의 곁을 떠났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늘 차갑고 무심하기만 했던 최재빈이 뒤늦게 그녀를 붙잡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냉담함은 온데간데없이 매일같이 소지연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아들과 함께하며 서툰 방식으로 빈자리를 채워 갔다. 크고 작은 깜짝 선물까지 준비하며, 잃어버린 두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두 사람을 지키려다 결국 납치범의 칼에 찔려서 생사까지 오가게 되는 최재빈. 아들의 간절한 바람 앞에서, 굳게 닫혀 있던 소지연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최재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시 부부가 된 그날. 이번에는 정말 모든 불행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소지연과 최유안이 탄 차가 사고를 당했다. 십여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지연은 신장 하나를 잃었고, 아들 유안은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리고 사고 다음 날. 아들의 손을 잡고 진료실 앞을 지나던 소지연은, 우연히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그녀가 믿었던 모든 것이 다시 무너져내렸다.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아정이는 고수파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둔답니까?” 눈과 얼음물에 축축하게 젖어버린 신발을 내려다보며 나는 힘없이 속삭였다. “그러게요.” 그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이제 안 그래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엇갈린 굿나잇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찹쌀떡
정인우에게는 8년째 고수해온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 시간은 늘 딱 3분이었다. “채연이가 불면증이 심해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했어.” “근데 왜 하필 너야?” “그때 그 사고... 채연이가 나 대신 다쳤잖아. 그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8년이라는 세월, 2900번이 넘는 3분.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음을 넓게 먹자, 제발 그러자며 스스로를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모른다. 결혼 3주년이 되어서야 정인우는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들의 뒤늦은 신혼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정인우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이채연이 보낸 영상이었다. 화면 너머, 그녀는 우리 부부의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잠옷을 입고, 내 베개를 벤 채로 카메라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오빠, 오늘은 딱 1분만 더 통화하면 안 돼?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전화할 시간까지 딱 3분 남았네.”
열여덟 번 미뤄진 혼인신고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별일없음
강도진이 혼인신고를 미루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다음에 하자.” 강도진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날씨가 좋다는 말을 하듯 태연한 목소리였다. 나는 죽을 한 숟갈 떠먹고 천천히 삼켰다. “알았어.” 강도진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반찬을 집었다. 그러다 다시 나를 힐끗 바라봤다. “화난 거 아니지?” 나는 다시 죽을 한 숟갈 떠먹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 안 났어.” 결혼식을 올린 지 반년. 혼인신고는 벌써 열일곱 번째 미뤄졌다. 강도진은 익숙해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천천히 죽을 떠먹으며 그릇을 비워냈다. 강도진은 더 이상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다 먹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정리했다. 강도진의 옆을 지나려는 순간,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여름아, 다음 주 월요일에는 꼭 할게. 반드시 시간 내볼게.” “어차피 우리 결혼식도 올렸잖아. 며칠 늦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절대 약속 안 어길게.” 나는 고개를 숙여 강도진의 손을 바라봤다가 다시 그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알았어.” 지난 반년 동안 강도진은 다음 주에 하겠다고 아홉 번이나 말했다. 반드시 하겠다고 열세 번이나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열여섯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혼인신고는 끝내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어길 테니까.
사랑한다는 말이 벌이 되었다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목화
대학생이던 강호준을, 나는 그저 가볍게 가지고 놀았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도 먼저 이별을 고한 건 나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성공한 사업가가 된 강호준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집안이 몰락해 모든 것을 잃은 나와 결혼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내가 정말 복도 많다고.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강호준이 밤마다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것을. 그런데도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내 모습에 강호준이 먼저 미쳐 갔다. 결국 그는 첫사랑 백유연에게 아이까지 갖게 했다. 그래도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자, 강호준은 나를 거칠게 벽으로 몰아붙였다. “넌... 대체 나를 사랑하기는 해?”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백유연의 양수가 같은 날 터졌다. 나는 처음으로 강호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사랑한다고 인정하며,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강호준은 기쁜 얼굴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럴 줄 알았어. 이 거짓말쟁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나를 매정하게 밀쳐냈다. 그리고 백유연을 품에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조금 있다가 병원에 보내 줄게.” 그리고 차갑게 덧붙였다. “아이 낳는 고통 정도는 견뎌. 나한테 거짓말한 벌이니까.”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 로맨스 소설 & 이야기
밀알
심우열은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규칙을 어기는 법도 없었으며, 한 번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혼인신고만큼은 방연서를 무려 8번이나 바람을 맞혔다. 첫 번째는 8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후배 이현지가 귀국하는 날이라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두 번째는 이현지가 요리를 하다 손가락을 살짝 데었다고 하자, 심우열은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도중에 되돌아가서 그녀에게 약을 발라줬다. 세 번째는 이현지의 아들이 아파서, 급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 이번이 벌써 8번째였다. 이번에도 심우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우열은 급하게 전화만 한 통 걸어왔다. [급한 일이 생겼어. 조금 늦을 것 같아.] 방연서는 눈앞에서 두 사람의 번호를 차례로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창구 직원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가씨, 남자친구분은 또 안 오셨어요? 저희 곧 퇴근해야 하는데...” 방연서가 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심우열의 문자가 먼저 도착했다. [오늘 혼인신고는 못 할 것 같아. 다음에 하자.] 그 문자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한 느낌이 차올랐다. 방연서가 휴대폰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이현지의 SNS 게시물에 시선이 멈췄다. 사진 속 이현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그녀의 아들을 안은 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심우열이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현준이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오늘 하루 함께해준 선배님, 감사해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목구멍에 납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무겁고 답답했다. 결국 심우열이 말한 급한 일이란, 이현지의 아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는 일이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이 아팠고, 서러움과 분노에 온몸이 떨렸다. 심우열에게 당장 전화해서 따지려던 그때, 댓글에서 남자의 친구가 남긴 장난스러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이 지나도 우열이는 여전히 후배를 각별히 아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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