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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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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물
후회남
후회
인과응보
복수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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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결혼
가족 후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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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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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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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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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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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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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과 동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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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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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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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집착
애잔물
엽기적인
인생 역전
열정적
병적인
설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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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성장
두뇌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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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후회남 Short Stories & Novels

Discover a collection of engaging 반전 후회남 short stories with compelling plots and immersive storytelling. Perfect for readers seeking one-hour short stories and quick, immersive reads online.
재회는 길고 긴 비였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소피온
지태하의 부계정에 올라온 ‘오랜 이별 끝의 재회’일기를 발견하고서야, 안제인은 결혼한 지 3년이 된 남편이 줄곧 자기 여동생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제인이 길어야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 지태하는 첫사랑의 귀국을 축하하는 모임이 열린 샤브샤브 식당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었다. 안제인의 전화를 본 지태하는 핸드폰을 조용히 뒤집어 식탁 위에 엎어 두었다. 지태하는 말했다. “나경이가 이번에 어렵게 돌아왔잖아. 이번 달은 내가 나경이 곁에 좀 있어 줄게.” 항암 치료를 받고 토하다가 정신을 잃은 날, 지태하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경이와 모교의 나무길을 걸었다. 어제 일처럼 모든 감정이 되살아났다.] 안제인이 눈앞에서 피를 토할 만큼 아파했을 때도, 지태하는 급히 자리를 떴다. “나경이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아프대. 내가 데리고 병원 좀 다녀올게.” 그해 12월 31일 밤, 안제인은 병실에서 혼자 숨을 거두었다. 그때 지태하는 ‘가족’이라는 사람들과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 아래에서 기념하는 잔을 들고 있었다. 숨을 거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안제인은 운명의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지태하는 붉어진 눈으로 빗속에 뛰어들어 안제인을 붙잡으려 했다. “이번 생에는 절대 널 저버리지 않을게!” 안제인은 담담히 몸을 돌렸다. “비켜 주세요. 지태하 씨의 이번 생에 저는 함께하지 않을 겁니다.”
돌고 돌아 다시 그대에게 - undefined novels & stories
화만월
첫사랑을 잃은 뒤, 강주혁은 십 년 내내 나를 증오했다. 내가 아무리 그의 눈치를 보며 다정하게 굴어도 돌아오는 건 싸늘한 비웃음뿐이었다. “그렇게까지 잘 보이고 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불길에 휩싸인 들보가 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리던 순간, 그는 끝내 나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그는 내 품에 기댄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내 손을 밀어냈다. “송희주, 이번 생에는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장례식장은 곡소리로 가득했다. 강주혁의 어머니 박금란은 오열하며 말했다. “주혁아, 다 이 어미 탓이다. 애초에 그 아이와 혼인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네 뜻대로 고화영과 맺어줬더라면 오늘 같은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르잖니.” 그의 아버지 강태호는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주혁이는 너를 세 번이나 살렸다. 헌데 어째서 너는 끝까지 그 아이한테 불행만 가져오는 것이냐? 어째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냔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강주혁이 나를 처로 맞은 일을 후회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적성루에서 몸을 던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십 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모두가 바라던 대로 강주혁과의 모든 인연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사로잡힌 공주 - undefined novels & stories
릴리아
3년 전, 나는 마피아 후계자 빈센트에게 약을 먹였다. 그 광란의 하룻밤이 끝난 뒤에도 그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대신 내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내 허리를 움켜쥔 채 같은 단어를 끊임없이 속삭였다. “프린치페사.” 내가 그에게 청혼하려던 바로 그때, 그의 첫사랑 이사벨라가 돌아왔다. 그녀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빈센트는 내가 차에 치이도록 내버려 두었고, 어머니의 유품을 유기견들에게 던져 버렸으며, 심지어 나를 감옥에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완전히 무너진 뒤, 보스턴으로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 하자 빈센트는 나를 찾기 위해 뉴욕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양수 터져도 참아 - undefined novels & stories
버거요정
임신 8개월 차, 양수가 터진 날은 하필 남편이 입양한 아들, 박시우의 생일이었다. 내 아이가 그 아이의 생일과 겹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자정이 넘어야 출산할 수 있다며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나를 차가운 지하실에 가두었다. 박태준은 음울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진나미, 정말 대단해. 하필 시우 생일에 맞춰 애를 낳으려고 하다니.” 나는 축축한 바닥에 엎드려 양수로 흠뻑 젖은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당장이라도 아이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공포에, 여기서 더 지체했다간 큰일이 나겠다는 절박함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서린 것은 걱정이 아닌, 비릿한 실망감이었다. “아직도 날 속이려고? 양수 좀 터졌다고 바로 애가 나오는 줄 알아? 의사한테 다 들었어. 사흘을 버티다 낳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이미 박씨 가문 안주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시우랑 생일까지 겹치게 해서 네 입지를 더 굳히겠다고? 정말이지, 머리 굴리는 데는 도가 텄어.” 나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절망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 배 속의 아이도 당신 아이잖아! 태준 씨, 제발 부탁이야.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나 좀 살려줘. 아기만 무사히 낳을 수 있게 해 준다면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내 애원에 박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내 턱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잔인하게 읊조렸다. “가증스럽게 밀당할 생각 마. 자정 넘길 때까지 여기서 조용히 기다려. 그럼 약속대로 병원 보내줄 테니까. 네가 아이만 무사히 낳는다면 박씨 가문 안주인 자리는 확실하게 보장되는 거야.” 그 후 내가 극심한 자궁 수축 통증으로 비명을 지를 때조차 박태준은 시끄럽다며 박시우 모자를 데리고 밖으로 생일 파티를 하러 가버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내 존재를 겨우 떠올린 그가 아들인지 딸인지 물었을 때, 비서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사모님은... 떠나셨습니다.”
잃어버린 신부 - undefined novels & stories
벨벳
결혼식을 단 사흘 앞둔 날. 아드리안은 52번째로 결혼식을 취소했다. 그는 내 웨딩드레스에 수놓을 가문 문장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웨딩 스튜디오를 찾았지만, 내가 피팅 커튼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권총집과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토리노 놈들이 비앙카의 포도밭을 박살 냈어. 영지까지 포위당한 상태야. 리아가 겁에 질려 있어서 당장 가봐야 해. 결혼식은 취소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를 붙잡고 물었을 것이다. 나와 비앙카 중에 대체 누가 더 중요한 거냐고. 왜 매번 자신보다 비앙카를 먼저 선택하느냐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아무 말없이 그를 떠나보냈다. 30분 후, 비앙카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당신은 나와 내 딸에게 유일한 안식처예요.] 그 속에서 아드리안은 비앙카를 품에 안고 있었고, 리아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그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진짜 가족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피나, 하와이에서 열릴 결혼식도 또 취소되는 거니?” “우리는 이미 이탈리아의 모든 명문 가문에 청첩장을 보냈단다.” “이 일이 벨리니 가문의 명예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봤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미리 준비해 두었던 청첩장을 가볍게 두드렸다.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예요.” “사흘 뒤에 저는 여전히 신부가 될 거예요.” 잠시 말을 멈춘 나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단지 아드리안의 신부가 아닐 뿐이죠.”
공주와 혼인한 장군을 버렸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기윤
추연화는 병이 도져 생명을 연장하는 인삼까지 썼지만, 피가 멈추지 않아 연신 한 움큼씩 기침과 함께 피를 쏟아냈다. 그녀와 수십 년간 사랑을 나눈 남편 방지혁은 지금 평양공주(平陽公主)를 데리고 궁중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한독(寒毒)이 도져 뼛속까지 파고드는 찬 기운이 밀려오며 의식이 흐려지던 찰나, 문득 방지혁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추연화는 법당에서 꼬박 일주일 동안 무릎을 꿇어 무릎에 시퍼런 멍이 가득했지만, 자신이 기도한 대로 방지혁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니 시녀의 부축을 받아 서둘러 안채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방지혁과 평양공주였다. 교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주와 혼인했다던 방지혁은 추연화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평양공주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추연화가 참지 못하고 따져 묻자 평양공주는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고, 그 바람에 추연화는 바닥에 쓰러졌다. "장군님께서 나를 아끼시거늘, 네까짓 게 감히 어디라고 입을 놀리는 것이냐?" "사당에 가서 무릎 꿇고 <여인의 도리>나 똑바로 배우며 아랫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깨닫거라." 무릎을 꿇은 채 정신을 잃기 직전, 추연화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 ‘차라리 잘됐어, 이제는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 방지혁이 처음으로 평양공주의 거처에서 머물렀던 그날 밤, 추연화는 꼬박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방지혁은 눈이 벌게진 채 찾아와 해명했다. "연화야, 내가 평양공주를 아무리 싫어해도 황제의 체면을 생각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추연화는 그 말을 믿었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방지혁이 곁을 지키고 있었고, 추연화가 손을 빼내자 그 기척에 방지혁은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 다행이다. 어서 약을 먹거라." 방지혁은 따뜻하게 데워진 약을 들고 한 숟가락씩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내가 잘못했다. 어제 술을 몇 잔 과하게 마셔 서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너로 착각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사랑은 착륙하지 않았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깃나래
심건하는 8년째 조종사로 비행 중이었다. 심건하가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기까지, 나는 늘 이 남자의 곁을 지켰다. 심건하가 가장 바쁘던 해에 나는 내가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뒀다. 남편의 비행 일정에 맞춰 매일 밥을 차리고, 그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딱 한 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만, 당신이 보는 하늘을 나도 볼 수 있을까? 정말 한 번이면 돼.” 심건하는 젓가락질조차 멈추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거긴 일하는 곳이야. 놀러 가는 데가 아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 뒤로 다시는 묻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밤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심건하의 핸드폰 갤러리에서 우연히 ‘비밀 앨범’ 하나를 발견했다. 앨범 안에는 사진이 40 장 넘게 들어 있었다. 전부 조종석에서 내려다본 풍경이었다. 구름바다, 노을, 비가 갠 뒤 떠오른 쌍무지개, 높은 하늘 위로 번진 은하수. 그 사진들은 모두 같은 사람에게 보내져 있었다. 저장명은 곰돌이 이모티콘 하나. 가장 최근에 저장된 사진은 사흘 전에 찍은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비행기 날개 끝에는 반쯤 기운 해가 걸려 있었다. 심건하가 덧붙인 말은 이랬다. [오늘 것도 참 예뻐. 다음에 오면 조종실의 오른쪽 관찰석에 앉아. 거기가 제일 잘 보여.] 상대는 포옹 이모티콘 하나와 함께 짧게 답했다. [내가 휴가 낼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나는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비밀번호도 바꾸지 않았고, 앨범도 지우지 않았다. 날이 밝자 평소처럼 조용히 커피를 내렸다. 조용히, 끝까지 마셨다. 그런 다음 노트북을 열어 사직서를 썼고, 달운시로 가는 항공권을 한 장 예매했다. 8년이었다. 이제 더는 심건하의 비행 일정에 맞춰 밥때를 맞추지 않기로 했다. 빈집에 혼자 남아 그가 어디쯤 날고 있을지 짐작하지 않기로 했다. 심건하가 바라보는 하늘에 내가 없다면, 이제 나도 이 남자를 기다리는 대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노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대역을 그만두자, 세자가 미쳐버렸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단잠
나는 류여진이 다섯 푼에 사 온 하녀였다. 류여진이 혼인 당일 도망치자, 내가 대신 꽃가마를 타고 세자 심인혁에게 시집갔다. 혼인 후 나는 내 신분을 잊고 세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거문고와 바둑, 그림, 글공부를 열심히 배웠다. 또한 류여진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며, 명문가 아가씨인 척했다. 도망친 류여진만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차 마시는 예절을 배우러 찻집에 갔다가 심인혁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여진이가 돌아왔는데, 넌 왜 아직도 그 천한 계집을 내쫓지 않는 것이냐?" 심인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여진이는 저택에 갇혀 지내는 걸 싫어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할 가짜가 아직은 필요하거든." "게다가 우리 어머니 성격이라면 여진이를 가만두지 않으실 것이다." 친구가 다시 물었다. "그 계집이 아이까지 낳으면 나중에 내쫓기 힘들지 않겠느냐?" 심인혁이 비웃었다. "첫날밤에 이미 임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을 먹였으니, 설아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비 문서도 내 손에 있으니, 언제든 팔아치우면 그만이다."
그날 밤, 동거울이 진실을 비췄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지당
신혼 첫날밤, 나는 화장대 위에 놓인 동거울을 통해 뜻밖에도 오십 년 뒤의 나를 보게 되었다. 거울 속 백발의 할멈이 있는 곳도 분명 후작부였다. 나는 얼굴을 붉힌 채 머리를 만지며 물었다. "오십 년 뒤의 저는 부군과 자식들,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화목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백발의 할멈은 어두운 침상 곁에 기대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렇게 바랜 초상화 한 장이 그녀의 소매에서 미끄러져 발치로 떨어졌다. 나는 수줍게 물었다. "이건 신혼 첫날밤에 명재가 제게 그려 준 초상화입니까? 우리 둘이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자고 약조했는데..." 그제야 할멈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천천히 거울 앞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에 떨어진 초상화 속 여인은 다름 아닌 내 절친한 벗, 임수화였다. 순간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러자 오십 년 뒤의 나는 처절하게 웃으며 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사실 임수화는 네 신혼 첫날밤에 누군가에게 끌려가 욕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네가 서명재를 붙잡아 두는 바람에, 그는 그 일이 네가 꾸민 짓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지. 그렇게 오십 년 동안 너를 원망하고 괴롭혔다. 심채연, 진실은 미리 알려 주었으니 오늘 밤 서명재가 임수화를 찾으러 나가려 할 때, 막을지 말지는 네가 직접 선택하거라."
아득한 이별의 끝 - undefined novels & stories
슬이
"태자 전하, 정말로 연우 낭자 몰래 심장의 피를 뽑아 설희 낭자를 살리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단검을 쥔 나이 든 어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일렁이는 촛불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비췄다. 침상 위 비단 이불에 파묻힌 강연우의 왜소한 체구는 흡사 한겨울의 초설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때, 침전 밖의 잔설보다도 시린 서제겸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래. 마비산(麻沸散)을 먹였으니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서 서두르거라!"
공략 실패, 죽음으로 귀향합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힘새
추석 궁중 연회가 열리던 날, 태자는 첫사랑을 궁으로 들이기 위해 후궁과 첩실들을 모두 내쫓았다. 다른 이들은 두둑한 하사금을 받고 들뜬 얼굴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갈 곳이 없는 나는 결국 차가운 냉궁에서 흰 비단 끈 하나로 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이 세계에서 태어난 스물한 해 동안, 나는 네 명의 공략 대상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자마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시스템이 말했다. “이 육신이 죽는 순간,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서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가던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한 번의 춤, 평생 단 그 사람 - undefined novels & stories
여운
박연휘는 하룻밤 사이 나를 여덟 번이나 취했다. 아홉 번째, 내 허리를 움켜쥔 채 만족감에 잠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채령아, 지금 그 청초하면서도 요염한 모습으로 구진명을 유혹하거라." 온몸이 굳었다. 그제야 알았다. 박연휘가 가슴에 품어 온 첫사랑이 구진명에게 파혼당해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박연휘는 내게 송연화를 대신해 복수하라고 지시했다. 구진명도 사랑하는 이에게 헌신짝처럼 버림받는 기분을 맛보게 하라고 했다. 그해 서씨 가문이 죄를 얻어 재산을 몰수당한 뒤, 나는 교방에 매인 비천한 신분으로 전락해 가장 보잘것없는 무희가 되었다. 그런 나를 거금을 들여 빼내 후작가의 별저에 들인 사람이 박연휘였다. 나는 어리석게도 내가 남다른 존재라고 믿었다. 누구보다 오래 그의 곁을 지켰으니까. 하지만 박연휘는 비웃었다. "널 곁에 둔 건 네 눈매가 연화를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이고, 품어서는 안 될 모든 기대를 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옥처럼 서늘한 탐화랑 구진명은 내게 완전히 빠진 남자가 되었다. 그러자 박연휘는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충혈된 눈으로 내게 매달렸다. "서채령, 지난 일 많이 후회한다. 돌아와 주면 안 되겠느냐?"
당신을 용서한 그날부터 - undefined novels & stories
물결
소지연은 마침내 최재빈이 자신을 사랑할 일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더는 헛된 기대에 매달리지 않기로 한 그녀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아들 최유안의 손을 잡고 최재빈의 곁을 떠났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관계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늘 차갑고 무심하기만 했던 최재빈이 뒤늦게 그녀를 붙잡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냉담함은 온데간데없이 매일같이 소지연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아들과 함께하며 서툰 방식으로 빈자리를 채워 갔다. 크고 작은 깜짝 선물까지 준비하며, 잃어버린 두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두 사람을 지키려다 결국 납치범의 칼에 찔려서 생사까지 오가게 되는 최재빈. 아들의 간절한 바람 앞에서, 굳게 닫혀 있던 소지연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최재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시 부부가 된 그날. 이번에는 정말 모든 불행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 소지연과 최유안이 탄 차가 사고를 당했다. 십여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지연은 신장 하나를 잃었고, 아들 유안은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리고 사고 다음 날. 아들의 손을 잡고 진료실 앞을 지나던 소지연은, 우연히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그녀가 믿었던 모든 것이 다시 무너져내렸다.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 undefined novels & stories
아정이는 고수파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둔답니까?” 눈과 얼음물에 축축하게 젖어버린 신발을 내려다보며 나는 힘없이 속삭였다. “그러게요.” 그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이제 안 그래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엇갈린 굿나잇 - undefined novels & stories
찹쌀떡
정인우에게는 8년째 고수해온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통화 시간은 늘 딱 3분이었다. “채연이가 불면증이 심해서 그래. 의사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누군가 곁에서 말을 걸어주는 게 좋다고 했어.” “근데 왜 하필 너야?” “그때 그 사고... 채연이가 나 대신 다쳤잖아. 그 아이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8년이라는 세월, 2900번이 넘는 3분. 이미 나 자신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음을 넓게 먹자, 제발 그러자며 스스로를 몇 번이나 설득했는지 모른다. 결혼 3주년이 되어서야 정인우는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들의 뒤늦은 신혼여행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정인우가 욕실에서 샤워하는 동안 나는 침대에 누워 우리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이채연이 보낸 영상이었다. 화면 너머, 그녀는 우리 부부의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내 잠옷을 입고, 내 베개를 벤 채로 카메라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속삭였다. “오빠, 오늘은 딱 1분만 더 통화하면 안 돼? 너무 보고 싶어. 이제 전화할 시간까지 딱 3분 남았네.”
열여덟 번 미뤄진 혼인신고 - undefined novels & stories
별일없음
강도진이 혼인신고를 미루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다음에 하자.” 강도진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날씨가 좋다는 말을 하듯 태연한 목소리였다. 나는 죽을 한 숟갈 떠먹고 천천히 삼켰다. “알았어.” 강도진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반찬을 집었다. 그러다 다시 나를 힐끗 바라봤다. “화난 거 아니지?” 나는 다시 죽을 한 숟갈 떠먹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 안 났어.” 결혼식을 올린 지 반년. 혼인신고는 벌써 열일곱 번째 미뤄졌다. 강도진은 익숙해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천천히 죽을 떠먹으며 그릇을 비워냈다. 강도진은 더 이상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다 먹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정리했다. 강도진의 옆을 지나려는 순간,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여름아, 다음 주 월요일에는 꼭 할게. 반드시 시간 내볼게.” “어차피 우리 결혼식도 올렸잖아. 며칠 늦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절대 약속 안 어길게.” 나는 고개를 숙여 강도진의 손을 바라봤다가 다시 그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알았어.” 지난 반년 동안 강도진은 다음 주에 하겠다고 아홉 번이나 말했다. 반드시 하겠다고 열세 번이나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열여섯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혼인신고는 끝내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어길 테니까.
결혼 7년, 마피아 보스의 아내가 사라졌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베이글
결혼 7주년을 맞은 날, 나는 마피아 남편 루시안의 위에 올라타 그와 깊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값비싼 실크 드레스의 주머니를 더듬으며 그 안에 숨겨 둔 임신 테스트기를 찾았다.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 소식을 오늘 저녁의 마지막 순간에 깜짝 선물처럼 전해주고 싶었다. 그때 루시안의 오른팔인 마르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탈리아어로 물었다. “보스, 이번에 새로 데려온 어린 이쁜이, 소피아는 어땠습니까? 맛은 좀 괜찮으셨습니까?” 루시안의 비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내 가슴을 울렸고, 등골을 따라 서늘한 소름이 퍼졌다. 그 역시 이탈리아어로 대답했다. “덜 익은 복숭아 같더군. 신선하고 부드러웠지.” 그의 손은 여전히 내 허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었다. “이건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 아내가 알게 되면 난 죽은 목숨이니까.” 그의 부하들은 무슨 뜻인지 다 안다는 듯 낄낄거리며 잔을 들어 올렸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내 혈관을 타고 흐르던 따뜻한 피가 조금씩, 한 치씩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들이 몰랐던 단 한 가지 사실은, 우리 할머니가 시칠리아 출신이었기에 내가 그들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아들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태연한 척했고, 보스의 아내라는 위치에 어울리는 완벽한 미소를 얼굴에 고정했지만 샴페인 잔을 쥔 손만큼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소란을 일으키는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며칠 전 받았던 비공개 국제 의학 연구 프로젝트의 초대장을 찾아낸 뒤, 망설임 없이 ‘수락’을 눌렀다. 그리고 사흘 뒤, 나는 루시안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벌이 되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목화
대학생이던 강호준을, 나는 그저 가볍게 가지고 놀았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도 먼저 이별을 고한 건 나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성공한 사업가가 된 강호준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집안이 몰락해 모든 것을 잃은 나와 결혼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내가 정말 복도 많다고.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강호준이 밤마다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것을. 그런데도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내 모습에 강호준이 먼저 미쳐 갔다. 결국 그는 첫사랑 백유연에게 아이까지 갖게 했다. 그래도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자, 강호준은 나를 거칠게 벽으로 몰아붙였다. “넌... 대체 나를 사랑하기는 해?”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백유연의 양수가 같은 날 터졌다. 나는 처음으로 강호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사랑한다고 인정하며,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강호준은 기쁜 얼굴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럴 줄 알았어. 이 거짓말쟁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나를 매정하게 밀쳐냈다. 그리고 백유연을 품에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조금 있다가 병원에 보내 줄게.” 그리고 차갑게 덧붙였다. “아이 낳는 고통 정도는 견뎌. 나한테 거짓말한 벌이니까.”
8번째 약속도 너는 없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밀알
심우열은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규칙을 어기는 법도 없었으며, 한 번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혼인신고만큼은 방연서를 무려 8번이나 바람을 맞혔다. 첫 번째는 8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던 후배 이현지가 귀국하는 날이라 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두 번째는 이현지가 요리를 하다 손가락을 살짝 데었다고 하자, 심우열은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도중에 되돌아가서 그녀에게 약을 발라줬다. 세 번째는 이현지의 아들이 아파서, 급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 이번이 벌써 8번째였다. 이번에도 심우열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우열은 급하게 전화만 한 통 걸어왔다. [급한 일이 생겼어. 조금 늦을 것 같아.] 방연서는 눈앞에서 두 사람의 번호를 차례로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창구 직원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가씨, 남자친구분은 또 안 오셨어요? 저희 곧 퇴근해야 하는데...” 방연서가 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심우열의 문자가 먼저 도착했다. [오늘 혼인신고는 못 할 것 같아. 다음에 하자.] 그 문자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한 느낌이 차올랐다. 방연서가 휴대폰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이현지의 SNS 게시물에 시선이 멈췄다. 사진 속 이현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옆에는 그녀의 아들을 안은 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심우열이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 [현준이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오늘 하루 함께해준 선배님, 감사해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목구멍에 납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무겁고 답답했다. 결국 심우열이 말한 급한 일이란, 이현지의 아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는 일이었다. 심장을 쥐어짜는 듯이 아팠고, 서러움과 분노에 온몸이 떨렸다. 심우열에게 당장 전화해서 따지려던 그때, 댓글에서 남자의 친구가 남긴 장난스러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이 지나도 우열이는 여전히 후배를 각별히 아끼네.]
나도 모르게 이혼한 아내가 되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하얀재스민
결혼 8년 만에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나와 마피아 조직에 몸담은 남편에게 남긴 수백억 원대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런데 변호사가 인수인계 절차를 밟던 중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수백억 원대 자산은 오직 나 혼자만 상속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강서연 씨, 시스템에는 1년 전에 이미 이혼하신 걸로 나와요. 남편분 주지언 씨의 법적 배우자는... 소예린 씨로 되어 있고요.” “지금 강서연 씨는 미혼 상태예요. 그러니까 주지언 씨에게는 상속권이 없어요.” 소예린은 주지언이 오래전 외국으로 떠나보낸 첫사랑이었다. 변호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도 나는 한참 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동안 주지언이 내게 쏟아부은 애정과 보살핌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원래는 결혼기념일에 임신 사실을 알릴 계획이었다. 결혼 8년 내내 우리가 함께 기다려 온 결과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주지언은 그렇게까지 기다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괜찮아. 우리 쌍둥이는 아빠가 없어도 괜찮을 거야.’ 기만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하나,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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