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실루엣의 그대에게
손은 여전히 거칠고, 몸에서는 고기 냄새가 났지만, 제 가슴속에 든 지식과 성적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온전한 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갑옷을 입고, 난 반드시 서울로 돌아갈 거야.’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입학, 그리고 그 너머의 성공. 연수는 제 눈앞에 그려지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흐릿한 실루엣으로 남아버린 첫사랑의 기억을 가슴속 깊은 동굴에 가둔 채, 열일곱의 하연수는 그렇게 스스
로를 단단하게 제련해 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가장 순수하고도 독한 보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