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거의 사용한 적이 없는 카드였지만, 오늘은 한도까지 전부 써버릴 생각이었다.
스위트룸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보상 소비를 시작했다.
베라 왕의 프라이빗 쿠튀르 담당자에게 연락해 맞춤 웨딩드레스 세 벌을 주문했다.
각각 10만 달러짜리였다.
그 다음에는 하이 주얼리 세트 열 개와 한정판 롤렉스 두 개를 구매했다.
“역시 우리 채아야. 대단해, 대단해! 재호 그룹을 상징하는 조각상을 만들면 너는 네 커리어의 최고점을 찍게 되는 거나 다름없어. 이제 보니 강재혁 씨는 네 남편이 아니라 귀인이네, 귀인!”
요즘 들어 SNS에는 결혼하기 전 자신의 모습과 결혼 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기리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영상 속 여자들은 결혼 전에는 하나같이 젊고 예쁘며 전도유망했지만 결혼한 뒤에는 화장하는 건 사치가 되고 커리어도 완전히 단절되어 버렸다.
가평의 차가운 독방에 처박혀 뇌세포가 녹아가고 있을 은설아라는 이름은 이미 이 화려한 세계에서 완벽하게 증발한 상태였다.
버진 로드 끝, 순백의 실크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가 박힌 티아라를 쓴 최유라는 세상을 다 가진 여왕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식적인 눈물 뒤에 가려진 그녀의 속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친정의 사채 빚 50억 원을 한성 가문의 돈으로 막아내고, 마침내 안방의 진짜 주인이 되었다는 정복감이 그녀의 온
몸을 짜릿하게 감싸 안았다.
"신랑 강민우 군과 신부 최유라 양은 일평생 서로를……."
“폐하께서는 이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아내와 이혼했고, 자식들은 저를 떠났습니다. 저는 오직 여왕 폐하께만 평생을 바쳐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하여 제 생명이 아이를 통해 이어진다면, 다시 한번 폐하를 섬길 기회를 원합니다.”
프레드의 마지막 요청은 단순한 가정처럼 들렸지만, 여왕에게는 큰 유혹이었다.
프레드의 말은 다시금 여왕의 마음속에 실험의 성공과 영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
켰다.
그녀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발을, 바닥에 고인 피를, 그리고 눈이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는 채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에단을 바라보았다.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죽어가고 있었고, 그녀의 피가 그 치료제였다.
그녀는 자신을 증오하는 남자와 결혼해, 자신을 원하지 않는 팩에 갇혀, 왕 자신이 강요한 정치적 정략결혼 속에 붙들려 있었다.
’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금원 그룹 프로젝트, 당신도 봤잖아. 계약 확정까지 거의 다 왔어! 난 원래 말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야. 정말 나랑 이혼하고 싶어?”
‘이혼? 웃기고 있네.’
“오늘 밤 내 방에 와.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이건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야.”
“요 며칠 생각해봤는데 너 같은 젊고 힘 좋은 남자를 만난 건 내게 행운인 것 같아. 너랑 하는 게 천국에 가는 것보다 더 짜릿해.”
“이번엔 꼭 갈 거야. 근데 이번엔 좀 더 자극적인 걸 해보고 싶은데, 눈 가리고 해볼래? 영화 보면 다들 그렇게 하잖아.”
“좋지. 이제야 정신 차리셨네. 참 오래도 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