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의 흔적, 거짓말의 징후, 그의 가면이 벗겨진 부분을 찾으려 애썼다.
아무런 기색도 없었다. 망설임도, 불안한 기색도, 스쳐 지나가는 시선조차 없었다. 가브리엘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해왔기에 이제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하지율 씨가 사실대로 말하면, 바로 놓아드리죠.
거짓을 말한다면... 그땐 누구의 체면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참, 제가 심리학을 조금 배웠기에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아챌 수 있어요.”
손형원이 짧게 숨을 고르고 물었다.
“하지율 씨,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답하세요. 연정미 건, 당신이 한 일입니까, 아닙니까?”
아직 낙하산이 구멍 났다는 말도 못 했는데, 그는 짜증을 내며 내 말을 가로챘다.
“임신한 척하더니 이제는 고소공포증까지 꾸미는 거야? 놀이동산에서 번지점프를 할 때 남자들도 감히 못 타는 걸 너는 아주 즐겁게 놀았잖아. 괜히 유나 때문에 질투한다고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 빨리 뛰어내려. 시간 끌지 말고.”
전화기 너머로 유나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