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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

명의 왕비

홍엽의 과거 원씨 집안 노마님은 나중에 더 생각해 보더니, “굳이 널 특별히 좋아한 소년을 얘기하라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만 네가 그때 몰래 나갔다가 강에 빠졌는데 어떤 소년이 널 구해줬지. 네 생명의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중에 네 외종 할아버지가 그 소년을 집으로 불러 며칠 머물게 하고 갈 때 은자와 옷을 줘서 널 구한 은혜에 보답한 셈 쳤었다.” “그 소년이 몇 살이었어요? 이름은요?” � �경릉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고, 대략 열 대여섯살 정도 됐을 거야. 가엾은 아이였지. 아버지가 죽고 과부가 된 어머니가 데려와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거든.” 노마님은 머리를 쥐어짜도 더 이상 생각나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이런 건 뭐 하게? 중요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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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그녀

존재하지 않는 그녀

꽃은 꼭 좋은 환경에서 피어날 거야. 이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며 문자를 받았다. 카톡을 열어보니 발신자는 진모연, 이모티콘은 난초였다. ‘진모연, 누구지?’ 내가 알지 못하는, 삶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낯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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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루시퍼

아리안. 존 가의 아리안. 아주 유명한. 아주 위험한.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아주 아름다운. 그녀는 마치 암코양이 같고, 팽팽하게 긴장된 전사의 풍모를 지녔다. 그녀의 계산하는 듯한 눈이 군사용 드론처럼 나를 스캔한다. 그녀는 내가 위협인지, 라이벌인지, 전리품인지 가늠하고 있다. 나를 분석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시선이 마주치고, 부딪히고, 서로를 가늠한다. 결국 나는 시선을 돌린다. 이런 유치한 게임은 오래전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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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놀이

운명의 놀이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계속 해외에 있어서 만날 기회가 없었어. 내 동생은 유서아라고 해, 서아가 선우 이식에 맞았어.” “동생?” 임명희의 눈이 커지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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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수호천사

“제가 신장을 기증해야 하나요? 어차피 이미 여러 번 했으니까, 이번도 별로 다르지 않잖아요.” “지은아, 그런 게 아니야.” 이모는 눈이 붉어진 채로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건우는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신장을 이식해도...” 이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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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OUTLAST - 네가 있는 폭풍속으로

수아가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팩트를 쏘아 붙이자, 도훈이 차 문에 기대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와아.. 연실지구대 민수아 순경님, 정말 무섭네. 소문대로 완전히 독종이야, 독종."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명찰에 대문짝만나게 써 있잖아요. 그리고 이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TF 본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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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피어난 꽃

어둠 속에 피어난 꽃

어릴 적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무렵부터,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언니는 황후가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 세상의 모든 귀하고 좋은 것은 마땅히 언니의 몫이어야 한다고. 도성의 사람들 역시 언니보다 명석하지 못하다며 나를 피하고 은근히 멸시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언니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꽃을 피울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궁중 연회가 열리기 전, 어머니는 내게 일부러 칙칙한 초록색 치마를 보내오시며 언니의 기를 죽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언니는 이미 미래의 태자비로 여겨지는 몸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옛날 도사가 우리 가문에 황후가 될 운명을 타고난 여성이 있다고 했을 때, 그게 꼭 언니 한 사람뿐이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지난 세월의 인내는 그저 때를 기다린 것뿐이다. 모두가 나에게 물러서라고 한다면, 나는 오히려 빼앗을 것이다. 황후의 운명이라고 해서 어찌 꼭 태자비에 머물러야 한단 말인가. 중궁전의 주인이 되어 황제의 곁을 지키는 것 역시, 비할 데 없이 고귀한 운명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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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뒷면

세상의 뒷면

대니얼이 아이의 어깨를 감쌌다. "Emma, this is Woojin. From Korea. He's… he was in the same place. The dream place." 엠마, 이쪽은 우진 씨. 한국에서. 이분도… 같은 데 있었어. 꿈속 그곳. 엠마가 나를 보았다. 화면 너머로.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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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미래와 바꾼 내 목숨

언니의 미래와 바꾼 내 목숨

나와 언니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은 일부러 용하다는 역술인을 찾아가 사주를 봤다. 역술인은 말했다. 내가 뛰어난 아이로 자랄수록 언니는 깊은 우울증에 빠질 거라고. 그리고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날,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부모님은 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18년 동안 나를 짓누르며 키웠다. 그리고 수능 당일. 부모님은 끝내 내 수험표마저 빼앗았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마가 차가운 타일에 세게 부딪혀 피가 흐를 때까지. 그러나 아빠는 그런 나를 거칠게 걷어찬 뒤, 냉동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철컥- 문이 밖에서 잠겼다. “네가 잘나면 수연이 죽는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시험을 보러 가겠다고?” 차가운 문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정말 네 언니를 죽이고 싶은 거야?” 냉동창고 안의 온도는 영하 30도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얇은 교복 셔츠 한 장뿐이었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엄마, 여기 너무 추워! 제발 문 좀 열어 줘!” “또 유난은.”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틈을 뚫고 꽂혔다. “냉동 기능도 안 켰어. 이제 수연이만 무사히 시험을 치르면 너희들을 옥죄던 그 지긋지긋한 예언도 끝나는데, 너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기적으로 네 생각밖에 안 하니?” 곧이어 부모님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교복 위로 뚝뚝 떨어졌다. 붉은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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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연락의 종말, 그리고 나의 시작

3년의 장거리 연애,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야근하며 간신히 시간을 내어 남자친구를 보러 갔을 때, 그는 연락 두절이었다. 낯선 타지에서 혼자 꼬박 열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늦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친의 생글거리는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나연아, 깜짝 놀랐지! 내가 너보다 먼저 부용시를 싹 훑어봤는데 정말 환상적이더라. 주천우 가이드 완전 백 점 만점에 백 점이야!” 그녀는 눈치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늘어놓았다. 마치 주천우의 휴대폰 화면에 찍힌 서른 통의 부재중 전화는 아예 보지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춥다고 웅얼거리자, 그제야 주천우가 전화를 넘겨받아 차갑게 용건만 던졌다. “먼저 얘 호텔에 데려다주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그의 일방적인 통보에 내가 문득 물었다. “너 내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주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대꾸했다. “네 단짝이잖아. 겨우 이런 일로도 샘을 내야겠어?” 대놓고 나를 탓하는 목소리에 더는 아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제경시로 돌아가는 카풀 차량이 도착했다. 기사는 내 모습을 힐끔 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건넸다. “아가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이라 이 부근은 치안이 무척 험해요.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이런 곳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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