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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일

네가 모르는 일

2년 전, 김서준이 실명한 첫 달에 나도 마침 희소병 진단을 받았었다. 전 세계에 발병률이 5퍼센트도 안 되는데 일단 이 병에 걸리기만 하면 8년 안에 모든 기억을 점차 잃게 되고 식물인간처럼 혼미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기댈 곳 하나 없으니 아무도 내 존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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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그녀

존재하지 않는 그녀

그녀의 옆자리에는 사람이 앉지 않았고 테이블 색깔도 그녀의 책상보다 진해 보이는 검붉은 색이었다. 검붉은 바탕화면은 누군가 칼로 엉망으로 그어져 있었는데 그 위에 네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더러운 년.] 점심시간이 되자 진모연은 반장과 함께 나갔다가 수업이 막 시작하려 할 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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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락의 밤

열락의 밤

아인스는 괜한 일에 말려드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였지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바이올렛의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쓰러진 인영이 가까워지자 아인스는 지금 쓰러져 있는 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닙니다. 그냥 두고 가는 게 나을 겁니다.” “인간이 아니니까 죽게 내버려 두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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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이윤하의 생일날, 5살인 아들 군이는 손수 접은 종이 말을 전해 주기 위해 별원의 개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군이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하에게 달려들어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아버지, 제가 생신 선물을 가져왔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온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큰형님은 달려들어 군이의 뺨을 때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천한 것! 네 어미가 내 남자를 빼앗더니, 이제 또 네가 와서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느냐? 너희 모자는 왜 함께 죽지 못했느냐?" 4년 전 후작 댁의 장남이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은 뒤, 그의 부인은 충격으로 정신을 놓았다. 그 후 큰형님은 이윤하를 아주버님으로 착각했고, 나를 아주버님을 유혹한 요사스러운 첩으로 여겼다. 큰형님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이윤하는 나와 군이를 별원에 가두었고, 군이의 생일에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달려갔을 때, 사당 밖에는 찢어진 종이 말과 곳곳에 번진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핏자국과 끌려간 흔적을 따라 연못가까지 쫓아갔다. 달빛 아래, 군이의 작은 몸은 무자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무자위가 돌아갈 때, 그 아래 흐르는 물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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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물지 않는 좀비

나를 물지 않는 좀비

유경이 탁자에서 작은 영상 재생기를 가져왔다. “충전해 뒀어요.” 카드를 넣자 번호 입력 화면이 떴다. 시현은 어릴 때 잘못 외웠던 번호를 눌렀다. 유경이 물었다. “지금 번호 아니에요?” 화면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틀린 번호 기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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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루시퍼

마피아 세계에서 루시퍼는 군림하는 지배자이며, 그 누구도 그의 권력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나는 죽음이다. 나는 죽음의 신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자다. 나는 추상적인 자다. 나는 무(無)다. 나는 고통이다. 나는 방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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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열 번째 심장

안녕, 나의 열 번째 심장

그녀가 직접 맞이하는 인간의 죽음. 벨루알한테 전해 들은 이야기 속의 인간의 죽음이 아닌, 꽃처럼 시들다 사라지고 다시 피는 죽음이 아닌. 끝이고, 돌아오지 않는 영원한 죽음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형체도 무게도 없는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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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악연

우연과 악연

스님은 통역사를 보며 몇 마디 했다. “이 반지는 꾸만통, 그러니까 태국의 민간 신앙에서 모시는 신 중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신을 꾸만통이라고 합니다. 이건 그 꾸만통을 제물로 바쳐 만든 반지입니다. 지해일 씨 손에 있는 건 분신이고 본체는 따로 있을 거라고 합니다. 분신이 지해일 씨와 매일 밤낮을 함께 하고 있으면 본체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는 지해일 씨가 머릿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꾸만통의 주인은 모든 걸 전달받게 되는 거죠. 시간이 오래 지 나면 지해일 씨는 자아를 점차 잃게 되고 생각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꾸만통의 마리오네트가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해일 씨 목숨도 위험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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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억

천년의 기억

그는 자신이 어딘가에서 죽어야 했다는 무언가를 끝내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리창에 비친 도시 위로 번개처럼 아주 짧은 이미지가 다시 스쳤다. 칼. 피. 무너지는 무릎. 그리고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 그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보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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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푹- 검 끝이 화염 단우의 눈을 뚫었고, 피가 사방으로 튀며 참혹한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참멸현공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소멸시키는 무기이다. 또한, 요수의 영혼은 원래 인간보다 강하지 않았다. 선천 후기의 인간조차도 도범 앞에서 이 공격을 당하면 전혀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이니 하물며 화염 단우는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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