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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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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이기적인
나쁜 남자
무정한
불륜녀/불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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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백월광
능력녀
가식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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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보스
나쁜 여자
소꿉친구
진짜 가짜 금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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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데레
일편단심
퀸카
절친
법의학자
연애 중심
남자 시점
경찰
더블 환생
맹목적 사랑
보모/유모
superfemale 증후군
이웃
여신
일진
파일럿
중장년
변태
연예인
인플루언서
룸메이트
신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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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t & Setting

47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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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물
후회남
후회
인과응보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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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
사이다
결혼
가족 후회물
임신
수위 넘음
위장 죽음
카운트다운
여성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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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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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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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가정
나이차
범죄
탐정/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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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매혹
선결혼후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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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현장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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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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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빙의물
강제적인 사랑
절친과 동반 이혼
마음의 소리/독심술
원나잇
절친과 동반 결혼
금기된 사랑
계약 결혼
모험
18+
운명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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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s

17
All
가슴 아픈 사랑
반전
막장
사이다 전개
죽고난 후 후회
환생
집착
애잔물
엽기적인
인생 역전
열정적
병적인
설렘물
짝사랑
치유
성장
두뇌 풀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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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Short Stories & Novels

Discover a collection of enchanting 후회 short stories that explore the depths of passion. Perfect for readers seeking one-hour short stories to inspire and ignite their imagination about 후회.
길을 달리한 우리 - undefined novels & stories
달팽이 질주
대하국 황성에는 여장군 강해원이 혼인한 지 오 년이 지나도록 순결한 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부군은 대하의 국사 서지헌이었다. 서씨 가문의 가법에 따르면 중대한 일은 반드시 국사가 직접 점을 쳐야 했다. 길괘가 나와야 진행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친다고 했다. 서지헌은 강해원과 합방하기 위해 아흔여덟 번 점을 쳤으나 길괘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황성에는 차츰 온갖 소문이 퍼졌다. "강해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 서씨 가문의 선조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 아닐까!" "그러게. 여인이 전쟁터에 나가 날마다 군영에서 사내들과 뒤섞여 지냈으니, 진작 몸을 더럽힌 것 아니야?" 아흔아홉 번째 점을 치고 나서야 강해원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부군이 줄곧 길괘를 흉괘로 몰래 바꿔 왔다는 거짓을 알게 되었다. 윤채령을 위해 정절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강해원은 곧바로 궁으로 들어가 황제에게 부부의 연을 끊어 달라고 청했다. 그녀가 떠나던 날, 서지헌은 뒤쫓아와 애원했다. "해원, 길괘가 나왔다."
햇빛 속의 칼날 - undefined novels & stories
생생이
옥에서 오 년간 고초를 겪은 끝에 정시월은 마침내 풀려났다. 옥문이 열리고 그녀가 가장 먼저 마주한 사람은 바로 서정호였다. 그는 검은색 친왕 예복을 걸친 채 윤기가 흐르는 준마 위에 올라타 있었는데, 꼿꼿한 자태는 마치 곧게 뻗은 소나무 같았다. 하지만 정시월의 마음에는 더 이상 한 점의 파문도 일지 않았다. 정시월은 시선을 거두고 상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말 옆을 돌아 그대로 떠나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창을 든 호위병 무리가 양옆에서 갑자기 몰려나와 정시월의 앞을 가로막았다. "죄인 정시월은 성지를 받들라!" 정시월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죄인 정시월은 과거 육황자를 해친 죄가 명백하며, 증거 또한 확실하다! 본래라면 즉시 참형에 처해야 하나, 그 아비인 정택 장군이 과거 세운 전공을 참작하여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옥에 오 년간 가두는 것으로 형을 감하셨다!" "이제 형기가 끝났으나, 한비마마께서 아들을 잃은 슬픔은 오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옥에서 성문까지 십 리에 걸쳐 붉게 달군 숯을 깔았으니 죄인 정시월은 맨발로 그 길을 끝까지 걷는 걸 명한다. 그래야만 육황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 죄가 비로소 사라질 것이다!" '십 리의 숯불 길을 맨발로 걸으라고?'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오타쟁이
부석빈과 함께한 마지막 밤. 그는 평소와 달리 유난히 거칠었다. 심영지는 무심코 그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졌다. 며칠 전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부석빈이 XP그룹 아가씨와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심영지가 멍해진 걸 눈치챈 부석빈은 고개를 숙여 숨 막힐 듯 긴 키스를 이어 갔다. 심영지가 홀린 듯 정신을 놓은 사이에, 카드 하나를 그녀의 속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할 거니까, 우리 그만하자.” 심영지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심영지가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자, 부석빈은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괜찮아?” 심영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심영지가 상처받고 아파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두 사람을 아는 이들은 모두 알았다. 심영지가 부석빈을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것을. 심영지는 18살부터 그림자처럼 부석빈의 뒤를 쫓아다녔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BH그룹에 입사해서 그의 비서가 되었다. 낮에는 비서로 일했고, 밤에는 그의 욕망을 받아냈다. 이름도 정식 신분도 없이 그의 곁에서 7년을 버텼다. 처음엔 다들 심영지를 두고 분수도 모른다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결혼 소식은 언제 들려주냐며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그 누구도 심영지가 부석빈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지켜볼 거라고 믿지 않았다. 부석빈마저 믿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일주일 전, 심영지가 이미 부모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고향으로 돌아가 맞선을 보기로 했다는 것을...
5년의 사랑, 바람에 흩어지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별일없음
[할래?] 친구에게 보내려던 네일 예약 문자를... 실수로 친구 오빠 강우성에게 보내 버렸다. 그리고 10분 뒤. [밑에 마이바흐 세워뒀어. 내려와.] 그때의 나는 몰랐다. 강우성이라는 남자가... 단순히 나이만 많은 남자가 아니라는 걸. 여유도, 능력도, 사람을 휘어잡는 분위기도. 모든 면에서 감당하기 벅찰 만큼 압도적인 남자라는 걸. 그날 밤, 가볍게 시작된 유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갔고, 우리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정신을 차린 뒤, 강우성은 내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별을 원하면 별을, 달을 원하면 달까지 따다 줄 사람처럼 그는 아낌없이 나를 사랑했다. 단 하나. 사람들 앞에서 내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사실만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름 없는 연인으로 강우성의 곁에서 5년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한 여자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싼 채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새언니라고 불러.” 목이 꽉 막혔다. “저 사람이 새언니라면... 당신을 5년이나 기다린 나는 대체 뭐가 되는 거예요?” 강우성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마치 우스운 말을 들었다는 듯 웃었다. “기다렸다고?”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 “내가 기다리라고 한 적 있었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잔인하게 덧붙였다. “한서윤, 앞으로 그렇게 죽도록 누군가를 좋아하지 마.” “솔직히 좀 부담스럽거든.” 그제야 알았다. 내가 전부를 걸었던 사랑이... 강우성에게는 피하고 싶은 짐에 불과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를 찾지 않는 법을 배웠고, 기다리지 않는 법을 익혔으며, 마침내 놓아주는 법까지 배웠다. 그리고 강서우의 곁을 떠났다. 일주일 뒤. 나는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서 평생을 약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객석 한편에는, 내가 한때 사랑했던 그 뜨겁고 거침없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는 순간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시울만 붉히고 있었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 undefined novels & stories
한낮무심
남편 유현길의 외도를 직접 목격한 날부터였다. 그래서 유현길이 집에 돌아오면 나는 늘 현관에서부터 그를 붙잡았다. 바지를 벗기고, 알코올 소독제를 아랫도리에 쏟아붓듯 뿌렸다. 죄가 있는 유현길은 언제나 눈가를 붉힌 채 내 행동을 묵묵히 받아 주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며 이제 그만하자고 애원하면서도.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돌아온 유현길의 몸에서는 낯선 향수 냄새가 났다.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그의 벨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지난번에는 겨우 30분 늦었으면서 여자 한 명이랑 잤잖아.” “오늘은 두 시간이나 늦었네. 이번에는 여자 넷이랑이라도 잔 거야?” 스물아홉 번째 사과마저 밀쳐 냈을 때였다. 유현길은 수액 바늘 자국으로 멍든 손등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마침내 절규했다. “이제 그만 좀 해! 열이 나서 죽을 것 같은데 내 몸 상태는 궁금하지도 않아?” “술에 취해 딱 한 번 실수한 게 그렇게 큰 죄야? 넌 뭐가 그렇게 깨끗한데?” 그리고 끝내,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18살에 뒷골목으로 끌려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 송지희, 너 같은 미친 여자는 그래도 싸.” 손에서 떨어진 분무기가 발치에서 산산조각 났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목구멍을 파고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긋지긋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유현길의 눈을 마주한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나 역시 이 사랑에 지쳐 버렸다는 것을... ‘그래. 상처투성이가 된 이 사랑은 이제 놓아주자.’
버려진 보청기 - undefined novels & stories
산호서
9살 때, 나는 여민준을 구하려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를 맞았다. 그날 이후 나는 평생 보청기에 의지하며 살아야 했다. 여민준은 늘 나에게 미안해했다. 스스로 나와 혼약을 맺자고 찾아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맹세했다. “내가 평생 지켜줄게.” 하지만 18살이 되던 해, 학교 퀸카에게 인정받기 위한 시험이라며, 여민준은 직접 내 보청기를 떼어냈다. 수많은 친구들과 퀸카 앞에서 차갑고 혐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진짜 너 때문에 지쳤어.” “나는 정말 네가 9살 때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는 손에 쥔 청력 회복 검사 결과서를 꼭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조용히 대학 입시 지원서를 다시 작성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여민준의 집을 찾아가 파혼을 선언했다. 여민준, 이제부터는 끝없는 길 너머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자.
구경꾼 황후 - undefined novels & stories
건축업 왕씨
태자가 오늘 첩을 들인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런데 그 성대한 행렬이 과거 정비를 맞이하던 날보다 무려 열 배나 더 호화롭다고 했다. 난 해바라기씨 한 움큼 움켜쥐고는 동궁으로 달려갔다. 첩이 정실을 제압하려는 꼴을 제대로 구경하려는 심보였다. 새로 들어온 첩은 과연 오만했다. 감히 정색 혼례복을 입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내가 해바라기씨를 까며 혀를 차고 있던 그 순간, 그 여인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쏘아보았다. “이분이 바로 수년째 독수공방하셨다는 언니이십니까.” “과연 단정하고 침착하시니, 보는 이의 마음을 편케 하는 정실의 풍도를 지니셨습니다.” 난 잠시 멍해졌다. 입을 열 틈도 없이, 그녀가 갑자기 내 손을 움켜쥐더니 자기 쪽으로 홱 당겼다. 찢기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붉은색 혼례복 옷소매가 길게 찢겨 나갔다. 그녀는 짧게 비명을 지르더니, 말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 언니... 어찌 제 옷자락을 잡아 뜯으십니까...” “이게 다 전하께서 상의원에 친히 부탁하셔서, 저를 위해 골라주신 천하제일의 명주인데...”
결혼을 앞두고 나는 돌아서 버렸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서늘한 바람결
결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모님이 먼 길을 달려오신 날, 김주현 가족은 약속 시간에 늦었다. 세 번째 걸었던 전화마저 끊기자, 어머니가 애써 웃으며 나를 달랬다. “아마 차가 막히나 보다. 괜찮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그렇게 우리는 세 시간을 더 기다렸다. 부모님의 표정은 처음의 기대와 환희에서, 서글픔과 슬픔으로 바뀌어 갔다. 아버지는 몇 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어색한 양복 자락을 매만지시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으셨다. “딸, 정말...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니?” “너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야. 그저 걱정이 돼서 그래. 여기는 집에서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잖니.” “혹시라도 나중에 네가 마음고생을 해도, 우리가 당장 달려와 네 눈물을 닦아줄 수가 없잖아.” 손톱이 살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쥔 채, 나는 애써 웃으며 부모님을 부축해 일으켰다. “우리 집에 가요. 이 결혼, 저 안 할래요!”
이번 생의 혼인은 내 뜻대로 - undefined novels & stories
글숲
부모님은 장녀와 장남, 차녀와 차남을 맺어 주면 더없이 잘 어울리는 혼사가 될 거라 하셨다. 전생의 나는 그저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라 여기며, 별생각 없이 동생과 함께 조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혼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조휘겸이 내 머리쓰개를 걷어 올리던 순간, 눈에 스친 실망은 착각이 아니었다. 그렇게 삼십 년. 그는 매일 일부러 길을 돌아 동생의 문 앞을 지났다. 챙겨 준다는 핑계로 농을 걸고 장난을 쳤다. 그 애의 뜰에 선 대추나무 가지가 담장 밖으로 뻗어 있었다. 나는 문 안쪽에 서서 창호지 너머로 달빛에 길게 늘어진 그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죽던 밤, 그는 바깥방에 서서 시종에게 말했다. "옆뜰의 둘째 마님께 오늘 밤은 가지 않는다고 전해라." 내 죽음조차 동생보다 뒷전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혼담이 오가던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부모님이 웃으며 물으셨다. "조씨 집안의 장남은 어떠니?" 나는 맞은편의 익숙한 얼굴을 바라보다 찻잔을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섯 아이를 잃어, 나는 죽음을 택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안개구름
다섯 번째 난산 끝에 낳은 아이마저 기설윤에게 목 졸려 죽은 뒤, 부모님은 전각 밖에서 무릎을 꿇고 흰 비단을 높이 치켜들며 목을 매 죽겠다고 협박했다. “네 언니는 공략자다. 언니가 하는 모든 일은 그저 안내자가 내린 임무를 완수하기 위함이다. 네가 계속 추궁하겠다면, 먼저 우리의 시신을 밟고 지나가거라!" 모두 내가 예전처럼 기설윤에게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라고 울며 불며 난리 칠 줄 알았다. 뒤늦게 달려온 배연우조차 충혈된 눈으로 침상 앞에 엎드려 나를 설득했다. “서화야, 설윤이는 큰아들을 낳아야만 공략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짐의 큰아들은 오직 설윤이가 낳아야 하니, 네가 너그럽게 이해하고 설윤이에게 따지지 말거라.” “네 몸이 다 나으면, 우리 사이에 또 아이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날 밤, 상자에 가득 담긴 하사품들이 끊임없이 내 궁으로 들어왔고, 배연우도 이전보다 백 배는 더 지극정성으로 나를 달래려 했다. 나는 그저 피곤한 눈빛으로 전각 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머릿속 안내자에게 나직이 물었다. “임무 실패지?” 배연우는 몰랐다, 나 또한 공략자라는 사실을. 심지어 나의 공략 임무가 기설윤의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열여섯에 바뀐 운명 - undefined novels & stories
가지주
나는 어릴 때부터 병약했다. 의원은 내가 열여섯을 넘기기가 어려울 거라고 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위해 법사를 모셔왔고, 시체를 함부로 묻는 곳에 버려진 고아를 데려와 줬다. 그 고아는 흉한 팔자로 부모님을 잃었다. 내 열여섯 생일에 그 고아와 내 팔자를 바꾸기만 하면 나는 무사히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아버지는 고아를 집에 들이고 친자식으로 여기면서 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라버니와 약혼자는 그 고아만 아끼면서 심지어 나보다 그 고아를 더 우선시했다. “설아야, 우리는 네가 건강하게 장수하게 하려고 청아한테 잘해주는 것이다.” “청아는 네 생명의 은인인데 양보 좀 해주는 게 뭐 대수라고.” 하지만 팔자를 바꾸는 그날이 왔을 때, 두 사람은 임청아를 데리고 사라졌다. 나는 피를 토했고 백 년된 산삼을 먹고 잠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나는 무릎까지 꿇으면서 그들에게 임청아를 내놓으라고 애원했지만 그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열여섯 생일이 지났는데 너는 멀쩡하지 않느냐.” “팔자를 바꿨다가 청아가 너처럼 병약해지면 어떡하라는 거냐?” “내가 보기엔 네가 일부러 아픈 척하면서 청아를 해치려는 걸로 보이구나.”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산삼으로는 내 생명을 사흘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끝내 닿지 못한 마음 - undefined novels & stories
무명
대전 안, 조민소는 눈가에 차오른 물기를 애써 눌러 삼켰다. 이윽고 한 자 한 자 황제를 향해 또렷이 힘주어 아뢰었다. “폐하, 신이 지금껏 세운 군공을 대가로 군주(郡主) 임지영과의 혼약을 파하고자 하옵니다.” “아울러 변방 수비를 자청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레 뒤 경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나이다.” 황제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민소야. 오늘 막 전장에서 돌아온 네가 어찌 벌써 다시 떠날 생각부터 한단 말이냐?” “너와 지영이는 짐이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이들이다. 네가 지난 삼 년간 변방에 나가 있는 동안 그 아이와 네 부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짐은 어느 정도 전해 들었다.” 황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들이 네 마음을 저버렸구나.” 잠시 말을 멈췄던 황제가 이내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기회를 주어 보자꾸나. 짐과 내기를 하나 하자. 이레 안에 그들이 네 결심을 눈치채고 너를 붙잡는다면 경성에 남거라. 허나 끝내 아무도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짐도 네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으마.” 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 따위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주 희미한 기대 하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 나를 붙잡을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 undefined novels & stories
삼칠이
원작의 여주인공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이유 하나로, 처가의 식솔 72명을 모조리 허리를 베어 처형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어머니도 예전처럼 울며불며 따지지 않았다. 넋이 반쯤 나간 듯 앉아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던 섭정왕이자 대군인 아버지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부인, 부인과 소윤의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결말일 거요.” “부인 집안이 적과 내통하여 나라를 배신했고, 천영이도 부인과 자매와 다름없는 아이지 않소?” “어쩔 수 없이 그 서신들을 내놓았을 뿐이니, 그 아이를 원망하지 마시오.” 싸늘한 회랑 기둥 뒤에 몸을 잔뜩 웅크린 나는, 소매를 깨문 채 감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내게 말을 타는 법과 활쏘기를 가르쳐 주고, 손수 연을 만들어 주었던 외숙부와 외조부도 이제 모두 세상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얼굴로 탁자 위에 놓인 부러진 목검을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바로 그 순간, 어머니의 머리 위로 금빛 글귀들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휴, 이번에는 악역도 드디어 완전히 마음을 접었네. 아쉽게도 공략 임무는 실패했지만 말이야.] [윗댓 잠깐만. 이화연은 사흘 뒤면 이 세계를 떠나.] [이제 섭정왕이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랑이 되는 거라고. 처참하게 죽으면 죽을수록 나중에 남주가 더 처절하게 울겠지!]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이 눈에 거슬리는 악역만 죽으면 임천영이랑 남주 이야기도 이제 화려하게 막을 내리겠다.] “부인, 제발 이러지 마시오.” 아버지의 목소리는 갈수록 낮아졌고, 애원에 가까워졌다. “내가 그대에게 빚을 졌소. 이 빚은 앞으로 반드시 갚을 것이오.” “천영이는 하늘이 내린 기운을 타고난 사람이라 이 왕실을 지켜낼 수 있소.” 어머니가 웃었지만 너무나 옅은 웃음이었다. 분명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아득히 먼 곳을 향해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웃는지 알지 못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 역시 자신의 머리 위에 떠오른 그 글귀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임천영을 궁으로 데려온 바로 그날부터, 아버지는 어머니를 완전히 잃었다. 그리고 나 역시 머지않아 어머니를 영영 잃게 될 터였다.
은퇴한 궁녀의 완벽한 홀로서기 - undefined novels & stories
소목풍
나는 세 명의 주인을 모시던 궁녀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병약한 태자였다. 나를 그저 약을 시험하는 용도로 이용하면서, 멀리 화친을 떠난 자신의 첫사랑만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내. 두 번째 주인은 속을 알 수 없는 구황자였다. 그는 내 허리를 감아쥐며 서늘하게 비웃었다. "한낱 장기말 주제에 감히 주인의 마음을 탐하는 것이냐?" 세 번째는 고고하기 짝이 없는 국사(國師)였다. 그는 소매를 털어내며 차갑게 돌아섰다. "비천한 궁녀 따위가 감히 내 눈을 더럽히는구나." 마침내 출궁할 나이가 차고, 황은을 입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호위무사와 가정을 꾸리려던 바로 그 순간. 태자가 교지를 빼앗아 나를 동궁 깊은 곳에 가두어버렸다. 구황자는 눈이 뒤집혀 광기를 부렸다. "넌 살아서도 내 사람이고, 죽어서도 내 것이다." 국사는 고고한 자존심도 버리고 비굴하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가지 마라. 내가, 내가 너와 혼인하겠다.” '아니, 저기요. 그저 주인과 하인으로 만나 잠시 스쳐 갈 인연일 뿐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요?'
마음이 닿지 않은 그대 - undefined novels & stories
침계월
이윤하의 생일날, 5살인 아들 군이는 손수 접은 종이 말을 전해 주기 위해 별원의 개구멍에서 기어 나왔다. 그리고 군이는 사람들 앞에서 이윤하에게 달려들어 고개를 들고 외쳤다. "아버지, 제가 생신 선물을 가져왔어요." 그러나 순식간에 온 집안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큰형님은 달려들어 군이의 뺨을 때리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천한 것! 네 어미가 내 남자를 빼앗더니, 이제 또 네가 와서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느냐? 너희 모자는 왜 함께 죽지 못했느냐?" 4년 전 후작 댁의 장남이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은 뒤, 그의 부인은 충격으로 정신을 놓았다. 그 후 큰형님은 이윤하를 아주버님으로 착각했고, 나를 아주버님을 유혹한 요사스러운 첩으로 여겼다. 큰형님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 이윤하는 나와 군이를 별원에 가두었고, 군이의 생일에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달려갔을 때, 사당 밖에는 찢어진 종이 말과 곳곳에 번진 핏자국만 남아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핏자국과 끌려간 흔적을 따라 연못가까지 쫓아갔다. 달빛 아래, 군이의 작은 몸은 무자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무자위가 돌아갈 때, 그 아래 흐르는 물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자유를 겁탈하지 마 - undefined novels & stories
블루 마운틴
웨딩 촬영을 하기로 약속한 날, 임가영은 새벽부터 서둘러 단장을 마쳤지만 정오가 넘도록 차선호는 데리러 오지 않았다. 이제 막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참인데 차선호가 금방 SNS에 올린 아홉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새틴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 속 여자는 눈매며 콧날까지 임가영과 판박이인 그녀의 쌍둥이 언니 임유진이었다. 게시물에는 이런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드디어 너의 공공연한 연인이 되었네.]
얼어붙은 마음, 남겨진 그리움 - undefined novels & stories
리틀 피시
“어머님, 저희가 약속했던 기한은 10년이었어요.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은서를 데리고 떠나려고요. 어머님도 아시다시피 건호는 그동안 쭉 은서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실 안에서 신유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신유진은 송건호와 10년 동안 함께 살았으나 끝내 송건호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송건호는 신유진과 하룻밤을 보냈고, 그렇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송건호는 신유진에게 별장 한 채를 주었고 아이를 낳는 것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송건호는 대외적으로 계속 미혼인 상태를 유지했다. “내가 너랑 결혼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헛된 희망은 버려. 양육비는 줄게. 하지만 내 아이로 인정할 생각은 없어. 걔는 내 아이가 아니야.”
깨어난 아내는 미련이 없었다 - undefined novels & stories
봉소안
단 한 번의 교통사고로 하이원은 3년 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하이원이 변했다고. 예전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강언준의 곁을 맴돌았을 그녀가, 이제는 며칠씩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일이 흔해졌다. 강언준이 아파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사람을 시켜 닭죽 한 그릇 보내는 게 전부였다. 그가 밤늦게 들어와도 어디 있었는지 묻지 않았고, 밖에 다른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아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원은 라운지 소파에 기대 남성 댄서들의 무대를 구경하다가, 옆에 앉은 절친에게서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화려하게 꾸며진 연회장 입구. 강언준이 한 여자의 손을 잡은 채 품에 아기를 안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 전광판에는 큼지막한 문구가 떠 있었다. [강언준 대표님의 아드님 백일을 축하드립니다.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절친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다들 네가 이제 강언준한테 관심 없다고 하던데, 난 아직도 못 믿겠어. 네 대역처럼 데리고 있던 여자랑 애까지 낳았는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하이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러고는 지폐 몇 장을 팁으로 남성 댄서의 허리춤에 가볍게 꽂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아무렇지 않겠어?” 입꼬리가 느릿하게 올라갔다. “내 남편 아들 백일잔치라는데.” 하이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을 집어 들었다. “법적인 아내인 내가 가서 얼굴 정도는 비춰 줘야지.”
내 약혼자는 유부남 - undefined novels & stories
두유콩
처음 약혼자의 차 조수석에서 낯선 목걸이를 발견했던 날, 그의 어머니가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 해명했다. “수진아, 우리 도윤이 오해하지 마라. 그 목걸이는 내가 깜빡하고 차에 두고 내린 거란다.” 두 번째로 영화표 두 장이 차 바닥에 나뒹굴던 날에는, 그의 절친한 친구가 단톡방에서 나를 따로 불렀다. [형수님, 괜한 오해하지 마세요. 그 영화표는 제가 도윤 형한테 대신 예매해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세 번째, 네 번째... 그 뒤로도 무슨 일만 생기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를 대신 변호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홉 번째였다. 나는 차 시트 틈에서 립스틱 하나를 집어 들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 립스틱 누구 거야?” 운전대를 잡은 강도윤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더니 그는 너무도 익숙한 동작으로 전화를 걸었다. “차에 립스틱 두고 내린 사람 누구야?”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친동생과 절친한 친구였다. “매형? 아, 립스틱이 매형 차에 있었구나. 어쩐지 우리 세아가 한참을 찾더라고요. 그런데 누나도 진짜 너무하네. 또 의심병 도진 거야? 지난번 모임 때 다들 뭐라고 했어. 또 쓸데없이 꼬투리 잡고 늘어질 거면 두 사람 결혼이고 뭐고 그냥 엎어버리라고 했잖아.” 절친 역시 옆에서 거들었다. “맞아, 수진아. 도윤 오빠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주는데 그걸 몰라? 너 요즘 진짜 선 세게 넘는다.” 통화가 끝나자 강도윤은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봤지? 이제 나 좀 믿어주면 안 될까? 벌써 아홉 번째야, 수진아. 다음에도 또 이럴 거면 차라리 우리 결혼식은...” 나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말을 끊었다. “결혼식 올리지 마. 그냥 취소하자.” 강도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립스틱은 상간녀의 것도, 내 절친의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 인간이 그의 추잡한 불륜을 덮어주기 위해 얼마나 조직적으로 거짓을 꾸며내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내가 직접 사서 차 안에 던져둔 가장 확실한 미끼였다.
부디 이생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 undefined novels & stories
변방의 경계가 뚫리자, 고씨 가문의 젊은 장군이 출사표를 던졌다. '적국을 파멸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노라.' 아바마마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그에게 묵직한 포상을 내리기로 하셨다. 경성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도진과 나의 하나뿐인 언니가 서로 마음이 통한 사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나를 선택했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 그는 침상 앞에 서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전쟁은 죽을 고비가 태반이다. 난 채영이가 그런 사지로 내몰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헌데 거역할 수 없어 너를 선택했을 뿐이다. 너한텐 미안하게 되었구나." 나는 잠시 침묵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저는 무엇입니까?" 그가 서늘하게 웃었다. "내가 너한테 빚을 졌다 생각하거라." 잠시 후, 그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도진은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사람이 있었음을. 그러니 그와 나 사이에 빚 따위는 없었다. 변방에서 함께 보낸 피비린내 나는 칠 년의 세월. 암살을 당할 뻔하고, 습격을 받으며, 상처를 입고,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나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힘을 다해 고도진이 군심을 잡도록 돕고 뒤를 수습했다. 심지어 그가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 때, 맹독을 다스릴 뱀의 쓸개가 필요하다 하여 친히 독사굴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도진은 대승을 거두고 오랑캐를 무찔러 영토를 넓혔다. 개선문으로 들어선 그에게 아바마마께서는 진북왕이란 칭호를 내리시며 원하는 바를 물으셨다. "소인, 간절히 청하옵나이다. 지금의 아내를 첩으로 강등하고, 채영 공주를 정실로 삼게 해주시옵소서.” 그는 끝내 언니를 곁에 두고자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나 역시 마침내 오랜 소원을 이루고, 미련 없이 그의 곁을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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