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다
신희애는 차갑기로 소문난 ‘삼촌’ 하여빈을 대신해 총알을 세 발이나 맞으며 그의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마침내 강숙원 회장에게서 하여빈과의 결혼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정작 신희애가 총상으로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동안,
하여빈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결혼 상대를 발표했다.
HT그룹의 장학생 출신, 한미연.
그 소식 하나로 진해시 전체가 들썩였다.
하여빈이 손수 키우다시피 한 떨기 장미 같은 아가씨인 신희애가 얼마나 불같은 성격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연은 진해일보의 인턴 기자에 불과했다.
명문가의 외동딸 신희애가 굳이 눈길조차 줄 필요 없는 상대라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그렇기에 신희애가 하여빈과 한미연의 약혼식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하객들은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그 천방지축 아가씨가,
오늘만큼은 제대로 사고를 칠 거라고.
하여빈 역시 얼굴을 굳힌 채 본능적으로 한미연을 등 뒤로 감쌌다.
“신희애, 선 넘지 마.”
그러나 신희애는 화를 내지도, 울지도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
그리고 평소답지 않게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좋은 분 만나신 거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