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택
고승훈과 결혼한 지 5년째 되던 해, 그가 호텔에 숨겨 두었던 여자가 세상에 폭로됐다.
그 여자가 ‘불륜녀’라는 오명을 쓰지 않게 하려고, 고승훈은 이혼 합의서를 들고 나를 찾아와서 말했다.
“김 선생님은 예전에 나를 도와주신 분이야. 돌아가시기 전에 나한테 승아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어.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터졌는데, 내가 외면할 수는 없잖아.”
그동안 김승아는 언제나 고승훈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전생에서 이 말을 듣고 무너져 내린 나는, 고함을 치며 끝까지 이혼을 거부했다.
결국 나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김승아가 무심하게 내뱉은 한마디 때문에, 고승훈은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언니는 아픈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자기를 붙잡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여긴 고승훈은, 나를 외도한 것처럼 꾸민 함정에 빠뜨린 뒤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결국 자신을 알아봐 준 은혜 하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망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