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추출기로 진실이 드러날 때
친구 희진이는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범인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자의 범죄를 직접 덮어주었다.
희진이 어머니는 내 발밑에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지만, 나는 차갑게 외면하고 돌아섰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양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욕하며 집 대문을 부수자, 나는 망설임 없이 개를 풀어 사람들을 물게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그때 수년간 모습을 감췄던 친구 손청아가 돌아왔다.
세계 최고 부자가 되어 돌아온 손청아는, 사형수에게만 사용되는 기억 심판대에 나를 가장 먼저 올려놓았다.
“성폭행범을 감싸준 이 짐승 같은 년! 나랑 희진이가 정말 눈이 멀었지. 너 같은 걸 친구라고 믿다니!”
“희진이 죽은 지 벌써 10년이야. 그런데 넌 범인을 10년이나 자유롭게 내버려뒀어!”
“오늘 내가 개발한 기억 추출기로, 네가 숨겨준 범인이 대체 누구인지 똑똑히 밝혀내겠어!”
...
진짜 범인이 모든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손청아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충격에 휩싸인 손청아는 무릎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