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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비밀

지하실의 비밀

자리로 돌아오자 유지민이 내 어깨를 감싸며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아니야, 괜찮아.”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지민아, 네가 아는 게 많으니까 한 번 알아봐 줘. 이런 비밀번호 도어락에 마스트키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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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스러지는 사랑

안개처럼 스러지는 사랑

채이가 웃자 유겸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눈가에 비친 남자의 셔츠 카라를 힐끗 보았는데, 거기에 선명한 립스틱 자국이 있었다. ‘선명한 빨간색 립스틱 자국... 너무도 뻔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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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속에 울리는

붉은 달 속에 울리는

왜인지 지금 라임 장군의 감정에 저 말이 어울렸다. 무엇을 근거로 공주 때문에 꼬였다고 확신하냐 물으려는 찰나, 눈 앞에 막힌 통로가 나왔다. 라임 장군은 익숙하게 발 밑에 있는 벽돌 하나를 잡아 지긋이 눌렀고, 또 한 번 ‘달칵’ 소리를 내며 단단한 벽문이 열렸다. 바깥으로 나서자 지금까지 본 풍경과 상반되는 흑색 빛의 잔디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정확히 열 걸음. 앞으로 걸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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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나무 아래의 사랑

해당화 나무 아래의 사랑

배안우가 출정한 이듬해, 그는 천 리 밖에서 긴급 서신과 함께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내게 보내왔다. 밀서에는 몇 줄의 짧은 글자만 적혀 있었다. "변방의 전세가 위급하여 나와 가애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 너는 규방에 머무는 여인이라 평소 한가하니, 이 아이는 네가 잘 돌봐 주거라." "나와 가애의 아이를 잘 길러 준다면, 내가 경성으로 돌아가면 폐하께 청을 올려 너를 평처(平妻)로 맞이하겠다." 나는 말없이 포대기 속에서 이미 숨이 끊어진 아기를 바라보았다. 5년 후, 배안우는 대승을 거두고 조정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상자의 예물이 줄을 이어 강씨 저택으로 들어왔다. 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강씨 저택의 객청 앞에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우혜야, 이제 변방의 전쟁도 끝났으니, 폐하께서 나를 진북후(鎭北侯)에 봉하시기로 하셨다." "가애가 비록 천한 신분의 출신이지만, 오랜 세월 나와 함께 밖에서 고생했고, 적장자까지 낳아 주었다. 가애에게 진 빚이 너무 많으니, 혼인만큼은 더 이상 서운하게 할 수 없다." "내가 먼저 가애를 들인 뒤, 곧바로 궁에 들어가 폐하께 혼인을 청하고 너를 집으로 들이겠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안우는 곧장 두 걸음 다가와 내 손을 붙잡았다. "우혜야, 네가 오랜 세월 기다리며 얼마나 마음고생했는지 안다. 걱정하지 마라. 가애는 본래 너그러우니 네가 들어오면 반드시 너와 자매처럼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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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천 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꽃

한서윤은 강성에서 이름난 명문가의 아가씨였다. 거문고와 바둑, 글씨와 그림, 바느질과 예법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걸을 때는 치맛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경성 귀족 아가씨들이 앞다퉈 본받는 모범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혼인한 사내는 전장을 누비며 여인을 아낄 줄 모르는 사내, 강무진이었다. 첫날밤부터 잠자리를 열댓 번이나 했고,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이후 삼 년 동안은 갈수록 심해졌다. 서재와 마구간, 대청과 사당을 가리지 않고 온갖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혀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부인, 앞으로 아껴 주겠다." 이런 말은 들은 적도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음탕한 것이냐?" "이렇게 밝히는 걸 보니, 많이 외뤄웠나 보구나."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키며 묵묵히 견뎠다. 그는 무장이었다. 오랫동안 변방에서 전장을 누볐으니 다정한 표현을 모를 수도 있고, 상스러운 말도 그저 표현 방식이 거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무진이 변방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 갑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사람을 시켜 그녀를 축하연회에 데려오라 했다. 손님들이 가득한 연회장에서 술잔이 오가는 가운데, 그는 상석에 거만한 태도로 앉아 있다가 돌연 그녀를 다리 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를 억지로 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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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빌었더니, 계약이 시작됐다

사랑을 빌었더니, 계약이 시작됐다

그의 품 안에서 서아의 영혼은 더욱 격렬하게 요동쳤고, 그에 호응하듯 목걸이의 광채는 방 안의 모든 가구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릴 정도로 짙어졌다.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자,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마지막 불꽃이었다. 펠은 제 손으로 이 빛을 꺼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서아의 목덜미에 깊이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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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녀를 심판하러 왔습니다

죽은 성녀를 심판하러 왔습니다

검은 장미에서 떨어진 꽃잎 하나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재로 변했다. 라엘의 가슴에 남은 꽃잎은 세 장. 성휘제까지 남은 시간도 사흘이었다. ‘꽃잎이 모두 떨어지는 밤, 네 몸은 나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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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의 연인들

사이공의 연인들

사상이라는 거대한 칼날과 냉전의 장벽을 뚫고, 두 연인의 목숨을 건 재회가 마침내 지옥의 수용소 한복판에서 참혹하고도 찬란하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어둠 속의 재회 자라오 제7사상 재개조 수용소의 요란한 비상 호루라기 소리가 차가운 밤공기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산악 지대의 짙은 안개를 뚫고 망루의 붉은 탐조등 불빛이 기괴하게 일렁이며 연병장과 철조망 지대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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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두 번

플래시백: 마지막 싸움 (1부) 그 기억은 다른 기억들처럼 오지 않는다—부드럽고, 파편적이며, 시간의 보호적 안개에 휩싸여. 이것은 부서진 문의 잔혹함으로 폭발하며, 신선한 피의 금속성 냄새와 부서지는 뼈의 소리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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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그럼 그렇지, 하는 웃음이 장로석 어디선가 새어 나왔다. 그때 돌이, 울었다.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닿은 자리부터 빛이 번졌다 — 희지도 푸르지도 않은, 본 적 없는 빛이. 그리고 그 빛의 한가운데에서 검은 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잎 다섯 장. 손목의 것과 똑같은 검은 매화가 측령석 표면 가득, 밤이 번지듯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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