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없음
[할래?]
친구에게 보내려던 네일 예약 문자를... 실수로 친구 오빠 강우성에게 보내 버렸다.
그리고 10분 뒤.
[밑에 마이바흐 세워뒀어. 내려와.]
그때의 나는 몰랐다.
강우성이라는 남자가... 단순히 나이만 많은 남자가 아니라는 걸.
여유도, 능력도, 사람을 휘어잡는 분위기도.
모든 면에서 감당하기 벅찰 만큼 압도적인 남자라는 걸.
그날 밤, 가볍게 시작된 유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갔고, 우리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정신을 차린 뒤, 강우성은 내게 책임지겠다고 했다.
별을 원하면 별을, 달을 원하면 달까지 따다 줄 사람처럼 그는 아낌없이 나를 사랑했다.
단 하나.
사람들 앞에서 내가 자신의 여자친구라는 사실만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름 없는 연인으로 강우성의 곁에서 5년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한 여자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싼 채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새언니라고 불러.”
목이 꽉 막혔다.
“저 사람이 새언니라면... 당신을 5년이나 기다린 나는 대체 뭐가 되는 거예요?”
강우성은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마치 우스운 말을 들었다는 듯 웃었다.
“기다렸다고?”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
“내가 기다리라고 한 적 있었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잔인하게 덧붙였다.
“한서윤, 앞으로 그렇게 죽도록 누군가를 좋아하지 마.”
“솔직히 좀 부담스럽거든.”
그제야 알았다.
내가 전부를 걸었던 사랑이... 강우성에게는 피하고 싶은 짐에 불과했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를 찾지 않는 법을 배웠고, 기다리지 않는 법을 익혔으며, 마침내 놓아주는 법까지 배웠다.
그리고 강서우의 곁을 떠났다.
일주일 뒤.
나는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서 평생을 약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객석 한편에는, 내가 한때 사랑했던 그 뜨겁고 거침없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는 순간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시울만 붉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