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
황태자의 저주를 풀려다,
그와 키스해야만 안정되는 계약에 묶였다.
문제는 그에게 걸린 것이 저주가 아니라 계약이었다는 것.
계약을 우회하기 위해 새로운 술식을 만든 순간, 한 문장이 잘못 해석됐다.
“해방되고 싶다.”
그 결과 황태자는 저주뿐 아니라 옷이라는 구속에서도 해방되기 시작했고, 나는 그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게 됐다.
더 큰 문제는 계약을 안정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
그와 입을 맞추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내가 황태자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선 안 된다.
그래서 왕립 마도학회의 고위 마법사였던 나는 하루아침에 그의 전속 시녀가 되었다.
누군가 문을 열면 그의 뒤에 숨고,
정체를 들킬 것 같으면 품 안으로 파고들고,
계약이 폭주하면 다시 입을 맞춘다.
처음에는 전부 계약 때문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졌다.
계약이 멀쩡한데도,
그는 내 손을 늦게 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