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져간 나의 계절
심가영이 처음으로 마취하 전기경련치료를 받던 날, 그녀의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약혼자 박경언조차 오지 않았다.
의사가 근이완제를 투여하자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
그리고 그 순간, 심가영의 머릿속에 문득 그날 저녁의 기억이 떠올랐다.
세 시간이나 줄을 서서 산 케이크.
그걸 들고 집으로 돌아가서 박경언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관 문을 연 순간, 심가영이 마주한 것은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박경언과 동생 심혜민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 시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뭉개졌다.
심가영은 그대로 다가가 박경언의 뺨을 내리쳤다.
그러자 심혜민이 그녀를 거칠게 밀쳤다.
몸이 중심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순간에도, 심가영은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마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생각해 보면 늘 그랬다.
심가영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결국 하나같이 심혜민에게 빼앗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