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에 흩어진 약속
연정헌과 나는 어린 나이에 부부가 되어 반평생을 함께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온 나라가 애도했다. 황제는 특별히 덕안후의 작위를 추서했다. 나는 그의 한평생이 아쉬움 없이 다 채워졌으리라 생각했다.
유품을 정리하던 날, 모서리가 말리도록 읽은 원고 한 뭉치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낡은 나무 상자도 함께 굴러떨어져 편지 여러 통이 흩어졌다.
몸을 굽혀 주우려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 적힌 글을 보았다. 모두 같은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였다.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올라왔다.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그 자리에 굳었다.
내가 열일곱이던 해, 연정헌은 칙명을 받고 남녘으로 수해를 다스리러 갔다가 한 여인을 데려왔다.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질투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소란을 피웠다. 목숨을 걸고 매달린 끝에 그 여인을 돌려보내게 했다.
그 뒤 연정헌은 눈시울을 붉힌 채 나를 놓칠세라 끌어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제발 나를 겁주지 마시오. 내게는 당신뿐이오. 남은 평생 당신만 있으면 되오. 내 말을 믿어 주겠소?"
그 뒤로 그의 곁에 다른 여인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종이에 적힌 뜨거운 사랑의 맹세를 보고 있자니 끝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가 류지란을 저택에 데려왔던 날로 돌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