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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피어난 꽃

어둠 속에 피어난 꽃

어릴 적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무렵부터,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언니는 황후가 될 운명을 타고났으니 세상의 모든 귀하고 좋은 것은 마땅히 언니의 몫이어야 한다고. 도성의 사람들 역시 언니보다 명석하지 못하다며 나를 피하고 은근히 멸시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언니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꽃을 피울 시기가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궁중 연회가 열리기 전, 어머니는 내게 일부러 칙칙한 초록색 치마를 보내오시며 언니의 기를 죽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언니는 이미 미래의 태자비로 여겨지는 몸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옛날 도사가 우리 가문에 황후가 될 운명을 타고난 여성이 있다고 했을 때, 그게 꼭 언니 한 사람뿐이라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지난 세월의 인내는 그저 때를 기다린 것뿐이다. 모두가 나에게 물러서라고 한다면, 나는 오히려 빼앗을 것이다. 황후의 운명이라고 해서 어찌 꼭 태자비에 머물러야 한단 말인가. 중궁전의 주인이 되어 황제의 곁을 지키는 것 역시, 비할 데 없이 고귀한 운명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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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

현혹

미호는 입술을 짓씹으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찾아 눌렀다. [아줌마라고 불러.] 전송. 스물두 살의 청년에게 보내는 서른일곱 살 여자의 선 긋기였다. 전송 버튼을 누른 미호가 숨을 뱉어내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싫다고 해도 어쩔 거야. 내가 그렇게 부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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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뒷면

세상의 뒷면

"나오기 전에 남기고 왔어. 다음 사람한테. 그 애가 그걸 찾아서 읽었어. 다 베꼈어. 그게 정답인 줄 알고." 해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회 날 밤에 한 이야기였다. "……이름이 뭐야. 그 애." 나는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가을이야. 송가을. 열여덟 살." 해인이 그 이름을 속으로 따라 하는 게 보였다.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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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스러지는 사랑

안개처럼 스러지는 사랑

청첩장 안에는 깔끔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10월 1일] [신부: 강채이] [신랑: 고성준] 유겸은 청첩장을 쥔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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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개새끼

완벽한 개새끼

맥주를 단숨에 마셨지만 타오르는 갈증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플랫으로 돌아와 이재는 코트도 벗지 않은 채 다급하게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따라 느려터진 핸드폰 데이터로 검색하는 게 답답해서 성에 차지 않았다. 「차도언」 「호명그룹」 검색창에 두 단어만 쳐도 기사가 주르륵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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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도언이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진 큰한방도 없어서 이제 헤어진시점이라 조금 답답하긴하네요 도경이도 사정모르고 형한테 저러는거 이해안가고 지혼자좋아한거지 이재는 아닌데 지엄마한테 따져야지 도언이가 도경이한테 설명해야되고 쩔쩔매는거 이해안가네요 가족사는 서로 얘기해야지 도언이도 도경이한테 어릴때부터 겪은거 애기하면좋겠네요 지엄마실체를 알아야죠 형이랑견제한다고 갈라서면 그땐 진짜 실망이 클듯요 지엄마좋아하게한다고 기었다니 진심으로 형좋아한것도 아니고 말뽄세가 못되먹었어요 니엄마는 지은죄가있어서 당해도 싸니 정신차리길
김슛
이재야.....너만 보면 마음이 아파 그냥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수도 없는 도언이 좀 믿어줄수 없겠니? 그 마음도 좀 받아들여줄수 없겠니?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들을때마다 이재가 생각나더라ㅠ 너의 자라나는 마음을 꺽지말고 도언이를 믿어보지 않을래? 이별을 서두를건 없을것 같아 같이..혼자가 아니라..같은곳을 바라보자 이재야 ...작가님 하루 두편은 안되시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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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그리고 사랑

미련, 그리고 사랑

매캐한 연기 속에서 작은 머리 하나가 문틈으로 쏙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아줌마,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 나는 힘겹게 눈을 떴고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얼굴은 꼬질꼬질했고, 짙은 연기 속에서 눈동자만큼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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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보지 말자

다시는 보지 말자

왜 아프면서까지 우리의 기념일을 망치려 한 걸까? 차라리 그와 함께 그녀를 돌보러 가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임수혁이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바람에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 “해피 관람차로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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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자락

사랑의 끝자락

“세윤아! 가을의 첫 밀크티, 전부 네가 좋아하는 걸로 사 왔어!”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작년 이맘때를 떠올렸다. 작년, 나는 그에게 ‘가을의 첫 밀크티’를 사달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때, 강시헌은 어떻게 대답했었지? “심세윤, 나잇값 좀 해라. 그런 거 따라 하는 거 역겹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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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신

소녀신

그리고 해바라기씨 껍질을 뱉으며 얼굴에서 웃음을 거둬들였다. “춘화야, ‘소녀신’과 관련된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해. 이 계집애는 참 욕심도 많네, ‘소녀신’의 음식을 감히 탐내다니.” “내 생각엔 이 애를 창고에 가둬 두고 며칠 굶겨야 정신을 차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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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겨울, 늦은 봄

늦은 겨울, 늦은 봄

[이제 찹쌀 도넛 안 좋아해요. ‘왜 안 좋아하는 거지?’ 성서진은 손이 떨려 핸드폰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왜 갑자기 사랑하지 않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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