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무정하면 나는 떠나리
“청하야, 네 덕분에 내 몸이 나았구나. 생각해 둔 포상이라도 있느냐?”
그 말을 들은 심청하는 잠시 침묵하다가 장공주 앞에 경건히 무릎을 꿇었다.
"소녀는 화리 성지를 받고 싶습니다."
장공주는 바닥에 무릎 꿇은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경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충의후부 세자가 세자비를 얼마나 지극히 아끼는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다른 여인을 들이는 것마저 마다할 정도였다는 것을.
"혹시 민구영이 너를 힘들게 한 것이냐?"
심청하는 잔잔하고 흔들림이 없는 눈빛으로 가볍게 웃었다.
"힘들었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소녀가 너무 속이 좁은 것뿐이지요."
그 사람은 분명 목숨을 걸고 맹세했었다. 평생 심청하 하나만을 사랑하며, 단 한 사람만을 부인으로 두겠다고.
그런데도 뒤에서는 심청하 몰래 아름다운 외실과 정을 나누었고, 심지어 그 외실의 아이를 그녀의 무릎 아래에서 키우게 하려 했다.
장공주는 심청하의 마음이 이미 굳어 있음을 보고,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내가 허락하마."
심청하는 고마운 눈빛으로 심청하를 바라본 뒤,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다.
"부디 다른 이들에게 화리 사실을 알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닷새 뒤면 그녀는 충의후부를 떠나고, 경성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스승의 마지막 뜻을 이어받아, 한가로운 유랑 의원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