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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닿지 못한 마음

끝내 닿지 못한 마음

대전 안, 조민소는 눈가에 차오른 물기를 애써 눌러 삼켰다. 이윽고 한 자 한 자 황제를 향해 또렷이 힘주어 아뢰었다. “폐하, 신이 지금껏 세운 군공을 대가로 군주(郡主) 임지영과의 혼약을 파하고자 하옵니다.” “아울러 변방 수비를 자청하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이레 뒤 경성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나이다.” 황제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민소야. 오늘 막 전장에서 돌아온 네가 어찌 벌써 다시 떠날 생각부터 한단 말이냐?” “너와 지영이는 짐이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이들이다. 네가 지난 삼 년간 변방에 나가 있는 동안 그 아이와 네 부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짐은 어느 정도 전해 들었다.” 황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국 그들이 네 마음을 저버렸구나.” 잠시 말을 멈췄던 황제가 이내 부드럽게 덧붙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은 기회를 주어 보자꾸나. 짐과 내기를 하나 하자. 이레 안에 그들이 네 결심을 눈치채고 너를 붙잡는다면 경성에 남거라. 허나 끝내 아무도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짐도 네가 떠나는 것을 막지 않으마.” 조민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 따위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주 희미한 기대 하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고 나를 붙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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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

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

육태윤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했을 때, 내가 먼저 결혼해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육태윤은 내가 자기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하려는 거라고 단정했다. 곧바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열 대가 넘도록 때렸다. 그런 뒤 곧바로 질투하며 뛰쳐나간 소꿉친구를 쫓아가 버렸다. 나는 육태윤의 손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화가 난 남자는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두 다리가 골절되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내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매달리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어머니에게 먼저 연락했다. “엄마, 지난번에 말했던 유산 상속 얘기 있잖아요. 나 그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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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찾아온 나의 봄

뒤늦게 찾아온 나의 봄

임서아는 전 태부(太傅)의 하나뿐인 적손녀이자, 경성에서 으뜸가는 영애였다. 하지만 그녀는 하필 세자 차도진을 위해 스스로를 세상 최고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말았다. 차도진이 절벽 아래로 추락해 의식을 잃었을 때였다. 임서아는 홀로 천 리 길을 달려가 은거 중인 신의의 거처를 찾아내 그 문앞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꼬박 닷새 밤낮을 무릎 꿇었다. 겨우 신의를 모셔온 후에는 규수로서의 세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일 차도진의 침상 곁을 지키며 약을 달이고 몸을 닦아주기를 이어간지 꼬박 삼 년. 그러나 삼 년 뒤, 의식을 되찾은 차도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따로 있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임서아의 몸종, 연희를 세자빈으로 맞아들이겠노라 선언한 것. 소문이 퍼지자 온 경성이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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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는 당신을 찾지 않을 때

내가 더는 당신을 찾지 않을 때

부태현은 내가 더 이상 사사건건 제게 보고하듯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회사에서 출장을 가겠냐고 물었을 때도, 나는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절친이 결혼식에 꼭 연인과 함께 오라고 했지만, 혼자 참석해 넉넉한 축의금만 건넸다. 몸이 아파 입원하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일조차 혼자 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했다. 의사인 부태현은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픈 걸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진료 기록 줘 봐. 내가 일정 잡아 줄게.” 나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고마워.” 말이 떨어진 순간, 나도 부태현도 동시에 굳어 버렸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독하다 싶을 만큼 부태현에게 달라붙어 살았다. 데이트할 때 어떤 옷을 입을지, 점심으로 뭘 먹을지. 그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메시지를 보내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내가 이제는... 그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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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대행

아내 대행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은 그의 감정처럼 무채색이었다. 차 안엔 음악도 없고, 시아의 목소리도 없었다. 도윤은 백시아가 생전에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말했던 바다를 찾고 있었다. “바다…? 왜 갑자기?” “그냥… 끝이잖아, 거긴. 세상의 끝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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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엔딩 크레딧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아

제65화 영 잠이 오지 않아 정호는 호텔 베란다 문을 열고 슬리퍼를 신었다. 늦여름의 눅진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방금 말린 머리칼이 흩날리는 것이 느껴졌다. 새까만 바다 위로 보이는 밤하늘은 아름다웠지만 그 언젠가 석현이 보여주었던 하늘처럼 저절로 탄성을 내뱉을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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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기나긴 길

나를 찾는 기나긴 길

그는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구나린을 꽉 끌어안았다. “나린아...” 하지만 곧 유성준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신연희를 묶고 있던 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그녀가 바다로 추락했다.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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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의 끝에서

끝없는 밤의 끝에서

죽은 후로 나는 하루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녀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재현은 작은 유골함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 듯했고, 눈빛은 깊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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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벗은 모습을 기억해

내가 벗은 모습을 기억해

리라 세상이 내 주위에서 흔들린다. 흐릿한 얼굴들. 멀어지는 목소리들. 빛의 파편들. 내가 어디 있는지 더 이상 모르겠다. 바다가 보인다, 잿빛으로, 출렁이는. 파도들. 그리고 나를 부르는 남자. 알렉상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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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일

네가 모르는 일

’ ‘두 번째는 이 세상에 더는 아픈 사람이 없고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마지막 소원은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강빈 선배가 더는 내게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거예요.’ 나는 끝없이 펼쳐진 해수면을 바라보며 마음이 유난히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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