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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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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구르기 시작하자, 시경의 모습은 이내 대문 너머로 멀어졌다. 한양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수록 풍경은 점차 가을빛으로 물들어 갔다. 단풍이 곱게 든 산자락과 황금빛으로 익어 가는 들판이 마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호정은 오랜만에 느끼는 바깥바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머니 저 단풍 좀 보셔요. 청나라에서는 이런 색을 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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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뒷면

세상의 뒷면

아홉 번째. — 서재. 한 교수 숙제. 삼십 분. 시장. 돼지국밥. 가을이 끓임. 김이 흐름. 토렴 세 번. 조금 싱거움. — 엄마 가게는 안 간다. (묻지 않았다.) — 그림자 2. 가을이 직접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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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시댁의 숨통을 끊기로 했다.

제125화 : 영원한 수조 (최종화) 북한산 골짜기의 암반층을 울리던 가을 장대비는 어느덧 멎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외곽의 나지막한 언덕 자락 위로 눅눅하고 더운 성상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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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봄날

그의 시선은 문 앞의 판넬에 옮겨졌고 오동나무의 판넬에 이쁜 서체로 더벨 스파라고 적혀있다. 이 이름은 듣기만 해도 우아해 보였고 전통적이지 않은 것 같으면서 또 현대적인 느김이다. 차우미는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없고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다. 하성우는 차우미를 보고 더 만족해한다. 허리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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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기억

천년의 기억

"또 시작인가." 이 문장은 처음이 아니었다. 입에 너무 익어서, 이유를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이었다. 도진은 창가로 천천히 다가갔다. 아래로 거대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서울이라는 이름을 그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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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사위

용왕사위

찻집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주인이 끓이고 있는 차에서 나는 향기가 매우 진하게 퍼져 나왔다. 한지훈은 신기해하며 다가가 물었다. “어르신, 이건 무슨 차길래 이렇게 향이 좋습니까?” 그러자 찻집 주인이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운무모봉이라는 겁니다! 운무산에서 채취한 거지요. 향이 좋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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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노르

엘리아노르

거만한 녹음 속에 잠긴, 습기와 비탄의 반점. 나는 웅장한 철제 대문 앞에 차를 세웠다. '레 시프레'. 그 이름은 회색 석탑에 새겨져 있었다. 보이는 초인종은 없었고, 눈처럼 반짝이는 카메라 렌즈와 눈에 띄지 않는 인터폰만 있었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둔탁하게 치고 있었다. 반짝이는 고요함 속에서 겁에 질린 북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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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혹

현혹

미호의 작업대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 액정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단 세 글자. [차연호] 미호는 작게 마른침을 삼키며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신발 샀어? 미호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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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하는 엄마

편애하는 엄마

동생이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장인 엄마는 손목을 삔 동생만 챙겼다. 나는 희미해져 가는 목소리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동생이 다쳤는데 왜 지켜 주지도 않았어! 어디서 약한 척을 해? 혼자 여기 남아서 제대로 반성해!” 엄마는 곧바로 구조대원 전원에게 철수하라고 명령했고, 아무도 나를 구조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내 죽음을 알게 된 엄마는 이미 썩어 버린 내 시신을 끌어안으면서 내 이름을 미친 듯이 계속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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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무상가(天風無常歌)

천풍무상가(天風無常歌)

기력이 조금 돌아오자 그는 모닥불 앞에 자세를 바로 했다. "남양성을 빠져나오게 해 주신 값은 앞서 알려 드린 식유천지(息遊天地)로 치렀습니다." 팽대협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도 또 뭔가 알려 주겠다는 얼굴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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