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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군의 회복
요부인이 눈을 내리깔자 긴 속눈썹이 눈 밑에 회색 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적적한 목소리로, “우문군은 이미 더는 갈 데가 없어요. 예전이었으면 주명양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죠. 유후궁 일은 우문군이 나중에 알고 유후궁의 시체를 무덤에서 파내서 채찍질을 하고 시체를 산산이 조각을 내서 마음이 울분을 풀었거든요.”
원경릉이, “아직도 우문군을 위해 가슴 아파 하는 거예요?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줄 알았는데.”
요부인 창백하고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감정은 없어요. 그에게 실오라기 만큼의 애석함도 없고. 그저 세상일이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 안 들어요?”
수도승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복식 정도면 뭐, 그동안 봐왔던 기괴한 존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는 천천히 시선을 굴려 미주를 훑었다. 마치 진열된 물건을 감정하듯 감정 없는 눈동자였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누구세요?”
“군주님의 사도(使徒), 몰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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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수아가 내뿜는 미약한 고동이 한 대위의 신경계로 흘러들어와 예리의 갈증과 뒤섞였다.
그는 이제 구원자가 아니었다. 수천 명의 동생을 거느린 채, 이 모든 기만을 설계한 창조주들의 목을 따기 위해 지옥의 문을 연 **‘복수의 군주’**였다. 한 대위의 황금 날개가 칠흑으로 변하며 얼음 행성의 대기를 찢어발기자, 은색의 신전은 이제 군주의 지독한 타락을 축복하는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기우사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나를 막으려던 것들을 내가 직접 태워죽였습니다. 모두 전멸했습니다. 제 자리를 벗어나 하늘의 권위를 빌어 인간 세상을 가꾸려던 것들. 그 무도한 것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내가. 붉빛미르로서. 천명(天命)의 대리자로서.”
어리의 목소리가 악귀처럼 울려퍼졌다.
고운 손길이 점점 더 칼날을 녹여 없애며 가까이 다가섰다.